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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이런 여배우는 많지 않다

두편의 로맨스 <비성물요> <라스트 프로포즈>를 보고 느낀 서기의 매력

2007년 칸영화제 개막식에 아흔여덟살의 포르투갈 감독 마뇰 드 올리베이라가 무대에 올랐을 때, 그를 대동한 사람은, 나이는 그의 3분의 1, 키는 15cm 더 큰, 대부분의 관객은 누군지 모르는 한 중국 여배우였다. 이 중국 여배우는 코멘트를 끝내며 짧게 깔깔거렸다. 올리베이라가 공식 코멘트를 끝내자 그녀는 다시 한번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 여배우의 이름은 서기. 이 순간은 너무나 서기다운 순간이었다. 잘난 척 있는 힘껏 뽐내봐야 칸 역시 그저 영화제일 뿐이라는 듯한 매력적이고 완벽하게 자연스러운 태도.

중국 본토 배우들이 연기를 먼저 배우고 배우 경력을 시작하는 데 반해 홍콩과 대만 배우들은 배우 생활을 시작하면서 연기를 배운다(영어권으로 보자면 영국 배우와 미국 배우의 차이라고나 할까?). 이런 차이 때문에 본토 영화들이 상당히 극적인 무게감을 지닌다면 홍콩이나 대만영화들은 즉각적이고 생생하고 다소 피상적인 느낌마저 준다.

연기로 말하자면 서기는 배우가 되면서 연기를 시작했다. 본래 이름은 린리휘로 1976년 타이베이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십대 때 여러 번 가출하기도 했다. 열일곱살 때 (누드모델을 포함) 모델 일을 시작했고 그녀의 잡지 커버 사진이 홍콩 프로듀서 맨프레드 웡의 눈에 띄어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홍콩적인 실용성으로 무장한 프로듀서 웡이 말하길 “무명에다 대만 출신이면 아트영화 같은 것은 할 수 없다. 서기는 옷을 벗지 않으면 자신이 스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옷을 벗고 1997년 <옥보단2> 중반쯤에 참으로 활력 넘치는 데뷔를 했다. 그때 그녀는 골드 하베스트의 전형적인 카테고리 여배우 중 하나였으며 그녀의 목소리는 광둥어로 더빙됐다.

같은 해 그녀는 <색정남녀>에 출연하여 다소 이상한 악센트가 있는 광둥어지만 자신의 목소리로 연기를 했고 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홍콩에서 일한 처음 7년간 그녀는 매해 다섯편에서 열편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했다. 1999년에는 <빅타임>에서 성룡의 상대역으로 출연해 이미 자리잡기 시작한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보였다. 자연스럽고 약간 동떨어진 듯하면서 안으로 타들어가거나 소녀스럽거나 스타일리시한 커버 걸까지 모든 분위기를 소화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허우샤오시엔의 <밀레니엄 맘보>와 <쓰리 타임즈>에 출연해 아트영화 배우로서의 인지도를 높였고, <버추얼 웨폰> 등에 출연해 액션 연기를 인정받았다.

만약 그녀의 매니저가 <와호장룡>에서 장쯔이가 했던 역할을 수락하지 말라고 권유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지금쯤 국제적인 스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물론 그는 곧 해고됐다). 무엇보다 그녀가 장쯔이와 다른 점은 별로 야망이 없다는 것이다.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위해 영어를 배울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냐는 질문에 “내가 왜 영어를 배워야 하나요? 그 사람들이 중국어를 배울 수는 없나요?”라고 대답하는 이 아시아 스타에게 마음이 기울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

13년간 영화업계에서 6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해온 서기에 대해 왜 지금 이야기하느냐 하면 최근 그녀가 나온 로맨스영화 두편을 연이어 보았기 때문이다. 펑샤오강의 본토 히트 영화 <비성물요>와 유위강의 <라스트 프로포즈>. 두 영화에서 그녀는 상대역을 연기한 두명의 베테랑 배우(거유와 유덕화)에 맞서서도 빼어나기 이를 데 없다. 무엇보다 처음 그녀의 데뷔 시절에 보여주었던 그 신선함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런 여배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장쯔이는 절대 아니다. 이 쉽지 않은 매력을 서기는 마스터하고 있으며 영리하게도 매번 그녀가 연기하는 것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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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서지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