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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액션] 발리우드가 할리우드 눈총 사네
이화정 2009-04-14

발리우드와 할리우드의 협력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는 건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성공에 국한되는 말인가 봅니다. 요즘 발리우드가 잦은 표절 시비로 할리우드의 눈총을 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워너브러더스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이하 <벤자민 버튼>)에 손대지 말라’며 발리우드를 향해 엄포를 놓고 나섰습니다. 다름 아닌 발리우드가 기획한 영화 <액션 리플레이>가 <벤자민 버튼>과 설정이 똑같아서입니다. 인도어로 쓰여지고 인도 배우 악세이 쿠마르가 출연하는 이 영화는 주인공이 나이를 거꾸로 먹는 과정을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워너는 대변인을 통해 “판권을 사지 않고 맘대로 <벤자민 버튼>의 컨셉을 도용하는 것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며 ‘영어나 힌두어, 비슷한 대본, 스토리라인, 인물이나 인물의 관계 또는 사건의 장면이 우리 영화와 조금이라도 비슷하면 소송할 것이다’라는 광고까지 게재했습니다.

워너가 이렇게 팔 걷어붙이고 발리우드를 몰아붙이는 건 이번 경우가 발리우드와 할리우드의 오랜 상호 판권 분쟁을 드러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얼마 전엔 할리우드영화 <디파티드>와 <제리 맥과이어>의 불법 리메이크작들이 기획되는 등 발리우드의 할리우드 훔치기가 점차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러니 워너로선 이같은 조치가 ‘허락받지 않은 불법 리메이크를 막을 수 있는’ 엄포로 작용하길 바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리 효력이 강하진 않아보이는군요. 지난해 워너는 <해리 푸타: 코미디 앤드 테러>라는 제목이 자사의 시리즈물 <해리 포터>를 베낀 것이라며 인도 제작자를 법정에 불러 세웠습니다. 그러나 델리 고등법원은 “어디까지나 관객의 대상이 다른 영화라서 두 영화를 혼동할 관객은 없다”라는 이유를 들어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그럼, 관객이 브래드 피트의 찬란한 외모와 혼동할 정도의 인도 배우가 캐스팅되지 않는 한 <벤자민 버튼>의 무단 복제도 가능할지 모를 일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