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1편으로부터 8년. 범죄자의 신분이 된 도미닉(빈 디젤)은 사랑하는 여인 레티(미셸 로드리게즈)와 함께 남미의 국가들에서 자동차 강도로 일해왔다. 미국으로 떠나보낸 레티가 갑작스럽게 살해당하자 도미닉은 복수를 꿈꾸며 고향 LA로 잠입해 들어온다. 한편 LA 경찰로 일하는 브라이언(폴 워커)은 자신이 추적 중인 마약단 두목과 레티의 죽음에 모종의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약 운반 레이서로 위장잠입한 도미닉과 브라이언은 범죄단의 소굴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법과 복수를 위해 다시 한번 손을 잡기로 한다.
분노로 질주하기 전에 도로 정리 좀 먼저 해보자.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원제와 국내 개봉제목이 제 각각이라 미리 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001년 개봉한 첫 번째 영화는 <분노의 질주>(The Fast & The Furious)다. 롭 코언의 연출도 박력이 있고 빈 디젤과 폴 워커, 미셸 로드리게즈의 시너지도 근사하다. 2003년 개봉한 2편 <패스트 & 퓨리어스2>(2 Fast 2 Furious)는 존 싱글턴의 깔끔한 연출에도 불구하고 빈 디젤의 공백이 영 아쉬운 영화다. 2006년 개봉한 3편 <패스트 & 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The Fast And The Furious: Tokyo Drift)는 일종의 스핀오프다. 빈 디젤도 폴 워커도 나오지 않는다(빈 디젤은 잠깐 카메오 등장한다).
이만하면 4편이 왜 ‘오리지널’이라는 말을 붙이고 있는지 알 만할 게다.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은 오리지널의 영화를 잃어가는 시리즈를 새롭게 부팅하려는 시도다. <원티드>의 작가 크리스 모겐은 도미닉의 연인인 레티의 죽음을 통해 도미닉과 브라이언을 재회시킨다. 뻔한 술수인데다가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는 설정이긴 한데 별로 상관은 없다. 중요한 건 (2편에는 출연료 협상 결렬로, 이후에는 지나치게 큰 스타가 되어버린 관계로) 시리즈에 눈도 돌리지 않던 빈 디젤이 귀환했다는 거다. 이 근사한 저음의 액션배우는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이상향’이다. 근육질 몸매를 가지고도 기가 막히게 연기를 잘한다는 의미다.
빈 디젤이 시나리오의 구멍을 근사한 무게감으로 지탱해주니 남은 건 무턱대고 달리는 거다. 영화의 시작을 여는 도미니카공화국 고속도로의 유조차 탈취장면은 <매드 맥스2> 이후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나 싶을 만큼 화끈하다.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연결하는 비좁은 탄광에서의 마지막 추격신은 게임 <그란 투르시모>의 3D 가상체험관에 앉아 있는 기분이다. 아드레날린 촉진제를 바라는 관객이라면 만족스럽게 극장을 나설 게다. 닷지 차저, 시보레 SS 세빌레, 니산 스카이라인 GTR이라는 이름에 침을 질질 흘리는 자동차광들이라면 포르노가 따로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