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공룡을 다시 지구 위로 불러내기 위해 공룡의 DNA를 복구했다. 누군가는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났다. 전자 <쥬라기 공원>은 서스펜스와 액션, 스릴러였고, 후자 로버트 J. 소여의 <멸종>은 SF와 액션, 멜로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어느 쪽이 더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판단 불가. 둘 다 꼭 읽으라고 할 수밖에. 로버트 J. 소여는 마이클 크라이튼의 발상, 속도감, 구성력을 온전히 SF적으로 풀어낸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특히 공룡의 스펙터클을 시각적으로 느낄 만한 묘사가 뛰어나다.
타임머신이 개발된 2013년, 캐나다의 고생물학자 브랜디와 지질학자 클릭스가 공룡 멸종의 이유를 밝히려고 백악기로 향한다. 도착하자마자 곧 티라노사우루스가 모습을 나타낸다. 그런데 두 사람은 공룡의 멸종에 관련된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브랜디의 전처 테스를 가운데 둔 브랜디와 클릭스의 신경전, 백악기, 미래, 근과거의 이야기가 숨가쁘게 뒤섞인다. 이 와중에 멸종의 순간은 점점 다가온다. 공룡들이 떼로 싸우는 장엄한 스펙터클은 소설이 가진 극한의 상상력의 백미. 이야기로 늘어놓기엔 시공을 초월해 뒤죽박죽으로 보일지 몰라도 책을 읽으면서는 이야기의 롤러코스터를 즐기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 그게 로버트 J. 소여의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