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마이클 케인의 이론에 따른다면, 요즘 배우들이 취미랍시고 사진책과 요리책을 내는 건 말도 안되는 외도다. 명배우가 되기 위한 케인의 요점은 딴 거 없다. 한눈팔지 말고 연기에만 매진할 것. 관객이 그의 연기에 압도될 수 있었던 건 그가 무슨 대단한 기술을 타고나서가 아니다. 바로 그가 온전히 연기만을 생각하고, 연기만을 위해 노력하는 순결한 영혼의 배우이기 때문이다.
“배우는 파트타임으로 할 수 없다. 24시간 강박증에 사로잡혀 몰입해야 하는 직업이다.” 이 무시무시한 말을 그는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며 유랑극단에서 연기를 시작한 이십대 이후, 무시무시하게도 평생 실천해왔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연극판에서 연기를 영화 촬영장에 묻혀와 촬영장 물 흐리는 배우, 연기 말고 다른 일까지 겸업하는 배우 모두 영 꽝이다. 오랜 경험 끝에 카메라와의 소통의 중요성을 터득한 그는 카메라 앞에 한점 거짓없는 연기로 그 자신, 명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이 노인, 실천하기에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은 철학을 잔뜩 담아놓고서도 말은 <다크 나이트>의 집사처럼 참 다정하게도 하신다. 십수년 전 <영화수업>이란 제목으로 나온 뒤 절판됐다가 다행스럽게도 다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