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염동력자인 아버지가 초능력 연구조직 디비전에 살해당하는 것을 본 닉은 “꽃을 들고 찾아오는 여자를 도와주라”는 유언을 간직하고 도망친다. 그리고 10년 뒤, 홍콩으로 몸을 숨긴 닉(크리스 에반스) 앞에 캐시(다코타 패닝)가 나타나, 디비전에서 도망친 여자 키라(카밀라 벨)가 가진 가방을 찾아야 한다고 도움을 청한다. 한번 아버지의 죽음을 경험한 닉은 거절하지만, 캐시는 목숨이 걸렸다며 막무가내다. 사실 키라는 디비전의 비밀실험에서 생존한 유일한 존재로,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 치명적인 능력을 가졌다.
<푸시>는 초능력자들의 세계다. 겉모습은 일반인과 똑같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중요한 캐릭터들은 초능력을 지녔다. 초능력은 보통 유전되는데, 닉은 아버지와 같은 염력을 가진 ‘무버’이고, 캐시는 엄마로부터 예지력을 물려받은 ‘와쳐’다. 알코올이 들어가면 능력이 강해진다는 캐시는 본 것을 입 밖으로 꺼내면 미래가 바뀌기 때문에 그림을 그린다. <푸시>에서 가장 유명한 캐스팅일 다코타 패닝은, 예의 설득자이며 협상가인 모습을 이번에도 충분히 발휘하지만 의외로 풋풋하고 귀여운 소녀의 모습도 보여준다. 마음을 조종하는 키라는 ‘푸셔’다. 이 밖에도 흔적을 감추는 ‘섀도우’, 소리로 사물을 파괴하는 ‘블리더’, 추적자 ‘스니퍼’, 치유자 ‘스티퍼’, 기억을 지우는 ‘와이퍼’, 물건을 변형시키는 ‘쉬프터’ 등이 있다. 영화는 동일한 능력을 가진 아군과 적군을 대립시킨다. 두 무버는 의자와 테이블을 던져 결투하고, 와쳐가 와쳐의 생각을 읽는다. 섀도우가 있으면 스니퍼가 능력 발휘를 못하고, 와이퍼가 와쳐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등 가위바위보처럼 먹고 먹히는 능력자들의 먹이사슬도 흥미롭다.
100% 홍콩에서 촬영한 <푸시>는 볼거리가 많은 영화다. 특히 어시장에서 블리더들이 닉과 캐시를 공격하는 장면은, 거대한 수조를 모두 깨뜨려 물바다를 만듦으로써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후반부에서 고층 신축건물의 목재 골격이 무너지는 장면도 볼만하다. 그런데 영화는 비주얼로 이야기를 덮으려는 오류를 범한다. 촬영지의 독특한 분위기를 전달하는 리드미컬한 촬영도, 인과구조가 흐릿한 줄거리를 구원하기엔 역부족이다. 특히 맥거핀으로 사용된 가방(과 내용물)은 쓰임이 지나칠 정도다. 영화 내내 초능력자들과 디비전은 가방을 쫓아다니며 살인도 서슴지 않지만, 결국 그 가방으로 도출되는 결과는 무엇도 아니다. 사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초반부는 꽤 재미있는데다가, 상대 진영의 초능력을 역으로 이용한 최후의 작전도 기발하기 때문이다. <갱스터 넘버 원> <럭키 넘버 슬레븐>의 감독 폴 맥기건이 메가폰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