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 오버’(영화가 예정된 기간보다 오래 상영되는 현상)가 극장가의 새로운 바람입니다. 제작사도 극장도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는데 장기 흥행을 하는 작품들이 속속 느는 추세지요. 대표적인 장기 흥행작은 흥행 수익 1억달러를 앞두고 <테이큰>의 아성을 넘보는 <폴 블라트: 몰캅>, 다코타 패닝 주연의 애니메이션 <코렐라인: 비밀의 문> 그리고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연기 은퇴작으로 관심을 모은 <그랜 토리노> 등입니다.
아카데미 시즌 영화도 눈에 띕니다. 주요 부문을 싹쓸이 하고 장장 17주간 극장에 걸린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비롯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숀 펜의 <밀크>, 여우주연상 수상작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미키 루크의 재기작 <더 레슬러> 등이 장기 흥행의 바통을 잇는 중입니다. 이 작품들은 개봉 이후 몇주간 흥행은 말할 것도 없이 몇달간 흥행 순위를 지키는 괴력을 발휘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흥행 추이를 ‘이상흥행’이라고 입모아 말합니다. 보통 개봉 2주차가 되면 40~50%로 수익이 감소하는 것이 극장가의 일반적인 평균 흥행 추이기 때문이죠. 소니픽처스의 전세계 배급, 마케팅 지부의 대표인 제프 블레이크는 “개봉 2주차, 3주차가 지났는데도 개봉주 수익의 3~5배에 이르는 수익을 거두는 건 의외다. 이런 현상은 9개월간 스크린을 점유, 연속 15주간 1위에 오른 <타이타닉>(1997)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전합니다.
이같은 흥행의 변화에 관해선 관객의 연령층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보통 영화를 즐겨보는 20대 관객층은 개봉주를 기다려 폭발할 듯 밀려들었다가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물밀듯 빠져나가는 패턴을 보입니다. 최근 개봉한 <13일의 금요일>은 개봉주 높은 흥행 성적에도 2주차에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80%의 관객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장기흥행작은 개봉 2주차 3주차가 되면서 관객이 오히려 늘어납니다. 그것도 평균 영화관람층인 젊은 관객이 아닌 좀 나이가 든 관객으로 말이죠. 이렇게 관객층이 다양화된다면, 그들의 구미에 맞는 영화가 나오기만 한다면 극장은 분명 경기후퇴에 대한 저항을 할 수 있는 산업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판단도 틀리지 않는군요. 단 6개관에서 개봉, 관객의 호평속에 2천여개로 개봉관을 확장한 <그랜 토리노>의 성공은 지금까지의 극장 개봉 형태에 대한 경종이기도 합니다. 블록버스터의 경우, 몇 백개의 상영관을 싹쓸이해서 개봉한 뒤 불과 2, 3주 만에 꼬리를 감추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방식이니까요. 뭐니뭐니해도 이건 영화 다양성의 개가라는 설명이 가장 적합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