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우디(케빈 지거스)와 넬(사메어 암스트롱)은 학교 친구이자 이웃사촌이다. 방까지 나란히 마주보고 있을 정도지만 비슷한 점이라곤 없다. 넬은 ‘순결한 범생이’라 놀림받는 지독한 공부벌레인 반면, 우디는 할 것 안 할 것 다 경험한 날나리이긴 해도 촉망받는 풋볼 선수다. 만났다 하면 으르렁대던 그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사건이 발생하니 둘의 몸이 바뀌어버린 것. 넬은 예일대 면접을, 우디는 풋볼 시합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 말이다. 서로의 몸을 이용해 복수극을 벌이던 한쌍은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상대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셰익스피어의 시를 암기하는가 하면, 풋볼 연습에 몰두한다.
한국영화 <체인지>(1996)를 떠올리면 쉽겠다. 기질상 정반대인 남녀의 몸이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을 계기로 ‘체인지’되는 이야기. <보이 걸 씽>은 거기에 하나의 미션을 부가하는데 공부벌레 여학생에겐 풋볼 마스터요, 운동선수 남학생에겐 셰익스피어 시 낭송이 그것이다. 티격태격하던 이들이 상대의 세계에 빠져들고 서로의 입장을 마음 깊이 이해하는 순간, 자연스레 공기 중에 발산되는 건 역시 알콩달콩한 로맨스의 기운이다.
말괄량이 여학생의 남학생 기숙사 잠입기를 그린 <쉬즈 더 맨>이 그랬듯이, 자매품이라 해도 무방할 이 하이틴 로맨스의 핵심은 우디와 넬, 아니 두 캐릭터를 연기한 케빈 지거스(<트랜스 아메리카>)와 사메어 암스트롱(<행운을 돌려줘!>)의 매력이다. 뻔한 설정이긴 해도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는 지거스의 손끝은 애교스럽고,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는 암스트롱의 몸짓은 단연 남자답다. <쉬즈 더 맨>의 아만다 바인스나 채닝 테이텀만큼 신선하진 않지만 두 배우의 연기는 설레는 청춘의 에너지를 펼쳐놓기에 충분하다. 고대 주술사인 ‘테스카틀리포카’가 왜 하필 그들을 택해 그런 만행을 저질렀는지 설명되지 않아도, 아니, 몸치 소녀가 풋볼 스타로 거듭나고 독서라곤 모르던 소년이 예일대 시험에 임한다는 설정에 의문을 던지기 전에, 마음 놓고 즐기자는 생각을 하게 만드니 말이다.
아쉬운 건 간간이 튀어나오는 화장실 유머다. 특히 우디의 단짝 호스가 내뱉는 추잡한 농담들은 미국에서라면 폭소를 자아낼지 몰라도 한국 관객의 입장에선 따라가기 어렵다. 오히려 흥미로운 건 소녀 캐릭터들인데, 우디의 여자친구 브리아나가 미인대회 출신의 금발미녀를 패러디하는 장면은 의외로 따끔한 재미가 있다. 로맨틱코미디 <걸즈 나이트>(1998)를 선보이기도 한 닉 허랜 감독은 여자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데 더 재능이 있어 보인다. 힙합을 좋아하는 이라면 에미넴, 제니퍼 로페즈 등 유명 힙합 싱어들이 언급돼 반갑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