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국민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에 대한 아무런 진실도 밝히지 않은 채 사임한 전직 대통령 리처드 닉슨(프랭크 란젤라). 1974년 그의 사임장면 생방송이 엄청난 시청률을 올리자, 뉴욕 방송국으로 복귀하고 싶은 한물간 토크쇼 MC 데이빗 프로스트(마이클 신)는 어마어마한 액수를 제시하며 닉슨에게 인터뷰를 제의한다. 닉슨 역시 풋내기로 보이는 프로스트를 제압하면서 정치계로 복귀할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인터뷰를 승낙한다. 1977년, 드디어 시작된 4일간의 인터뷰에서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대체 미국인에게 리처드 닉슨은 어떤 존재인가. 존 포드의 <수색자>(1956)가 나오기 전까지 네이티브 아메리칸과 유색인종들은 언제나 탐욕스런 악당이었고, 선한 백인 카우보이는 단 한번도 실수를 저지르지 않고 정의의 편에 선다. 카우보이는 언제나 옳은 선택을 한다. 그러니까 어쩌면 리처드 닉슨은, 미국 대통령이 주인공인 웨스턴 장르물에서 악당을 맡도록 운명지어진 또 다른 유색인종인지도 모른다. 오명과 부패는 닉슨 혼자만의 몫으로 역사에 기록된다(현재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프로스트 vs 닉슨>이 닉슨을 미화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각본가 피터 모건과 감독 론 하워드, 그리고 닉슨을 연기한 배우 프랭크 란젤라는 닉슨이 단지 ‘악당’이자 ‘괴물’만으로 이해되지 않도록 결정적인 공헌을 한다. 닉슨은 똑똑하고 유머러스하며 훌륭한 정치적 재능을 타고났지만, 동시에 인색하고 변덕스러우며 이기적이고 열등감이 심했다. 그는 케네디의 푸른 눈을, 프로스트의 하얀 피부를, 그리고 밤마다 파티를 벌이며 사교를 즐길 줄 아는 명랑한 성격을, 사람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호감을 끌어내는 능력을, 구두끈이 달리지 않은 구두를 아무렇지 않게 신을 수 있는 쾌활함을 부러워한다. 권력의 정점에서 잡아끌려내려온 다음, 돈을 벌기 위해 치과의사협회에서 중국 외교에 관련한 만담을 늘어놓아야 하는 그의 참담한 심정은 스크린을 넘어 통렬하게 전달된다. 결국 ‘두 번째 케네디’인 프로스트와의 ‘두 번째’ TV토론회에서 ‘두 번째’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닉슨은 쓸쓸히 물러난다. “역사는 두번 되풀이된다. 한번은 비극으로, 한번은 희극으로”라고 마르크스는 말했다. 하지만 <프로스트 vs 닉슨>이 중심에 놓는 ‘희극’에는 비극의 정조가 더욱 강하게 감지된다. 실제 있었던 사건에 가장 가깝도록 픽션화한 동시에, 인간의 타락과 몰락에 관한 신화적인 원형도 포함되었으며 우리 역시 매일매일 겪어야 하는 크고 작은 패배들이 전부 들어가 있다. 훌륭한 솜씨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