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안에 수익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찾는 게 목표다.” 지난 2월24일 기자간담회에서 CJ엔터테인먼트 김정아 신임 대표는 글로벌 시장 개척이 당면한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 일본, 중국을 삼각축으로 삼아 새로운 시장을 열겠다는 그는 “올해를 CJ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성장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올해 CJ는 일본과 <피시 스토리> 등 영화 3편을 공동제작 및 합작할 예정이며, 미국과는 <코리안 웨딩> 합작과 <달콤한 인생>의 리메이크 등을, 중국과는 <소피의 선택>을 공동제작하게 된다.
CJ가 해외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측은 지난 1월22일 김정아 대표가 선임됐을 때부터 나왔다. 미국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프로듀서로 활동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콜럼비아 트라이스타에서 상무 이사를 맡았으며 아트서비스 대표를 역임했고, 2005년 CJ에 들어온 이후 계속 해외 마케팅을 해왔던 그의 경력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다. 그의 존재가 아니더라도 CJ가 해외시장에 관심을 가져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제일제당 시절, 드림웍스에 투자하면서 영화사업을 시작했으니 어쩌면 CJ는 그 태생부터 해외시장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른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의 영화기업인 CJ 입장에서 한국시장은 너무 협소하다. 한국영화시장의 위축이라는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잠재 관객이 5천만명뿐인 한국시장은 기본적으로 투자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 불안정적이다. CJ가 2005년부터 2007년 사이에 7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것도 기본적으로 투자 선택에 실패한 탓이지만, 부가판권이나 해외시장이라는 안전판이 존재하지 않는 한국시장에서는 언제든, 그리고 누구든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결국 CJ 입장에서 해외 개척은 절박한 생존전략이다.
하지만 아무리 해외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 해도 국내에 기반이 없다면 이는 사상누각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CJ의 국내시장에서의 지위는 안정적인 수준을 뛰어넘어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 특히 최근 한국영화의 위기 속에서 쇼박스 등 경쟁자가 소극적 투자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CJ의 지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 보인다. CJ의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독과점은 시장의 룰이 극소수의 사업자에 의해 결정될 수 있게 만들며, 새로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아 산업 전체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산업 전체가 협소해진다면 그건 궁극적으로 독과점자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와 피해를 줄 것이다. 김정아 대표 또한 이러한 지적을 의식한 듯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다보니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독주하는 모양새가 됐다”면서 “업계와 협력, 소통을 증진시켜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와의 상생에 대한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환영할 일이지만, 만약 구체적 실행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큰 의미는 없다. 극장 부금, 극장 요금, 배급 수수료율, 부가판권, 기획개발비 등 산적해 있는 현안은 영진위의 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업계 1위인 CJ가 나서서 영화산업 전체의 대화를 주도할 때 상생에 대한 논의는 힘있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국내 산업을 안정화하고 발전 기반을 마련해야 CJ가 추진하는 해외시장 개척 또한 용이해질 것이다. 영화를 협업의 예술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