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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 “가장 중요한 건 해프닝”
장미 사진 최성열 2009-02-24

뮤지컬 <주유소습격사건> 연출가 김달중

새벽까지 연습 중이라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출부 사무실에 들어서는 얼굴이 피곤해 보였다. 3월12일 오픈을 향해 질주하는 뮤지컬 <주유소습격사건>의 지휘자는 지난 15년간 공연계에 몸담아온 김달중 연출가. 뮤지컬 <쓰릴 미> <헤드윅> <스핏파이어 그릴>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화제작들을 연출하기도 했지만 그는 한국 공연계가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창작극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수한 난관에 부딪히면서도 신선한 콘텐츠를 개발하고자 지속적으로 애쓰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인터뷰를 반기지 않는데다 “이야기를 부드럽게 못하는 스타일”이라 했지만 솔직함이 인상적이었던 그는 “나중에 공연 한번 보러 오라”는 말을 남긴 채 연습실로 총총히 사라졌다.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 중인가. =순조롭지 않다. (웃음) 어떤 작품이든 순조롭지 않은데 라이선스도 아니고 창작인데다가 뭐, 여러 가지로 순조롭지가 않다.

-드림캡쳐라는 제작사라기보다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스튜디오 개념의 회사를 만들었다. 뮤지컬 <주유소습격사건>은 드림캡쳐의 이름을 내걸고 처음 선보이는 작품이다. 싸이더스FNH와 어떤 인연이 있었을 것 같은데. =3년 전에 김미희 대표님이 공연을 해보고 싶다고 해서 처음 만났는데 그때 염두에 둔 작품이 <불꽃처럼 나비처럼>이었다. 영화에서 뮤지컬로 넘어갈 경우 태생적 한계가 분명 있다. 그러니 아예 개발 단계부터 함께하면 양쪽 장르의 특성을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취지였다. 영화 촬영 들어가기 전에 뮤지컬 대본과 전체적인 음악의 가이드를 끝냈다. 근데 워낙 규모가 큰 작품이다 보니 보류된 상태다. 같은 방식으로 시나리오 작업하고 있던 <샤인>은 2007년 연말에 무대에 올렸고. 사실 김 대표님이 자기 영화 중에서 뮤지컬로 만들 만한 게 있다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나는 <혈의 누>가 좋다고 했는데 본인은 <주유소습격사건>에 대한 애정이 더 있으신 것 같더라. 그때부터 3년을 반대했다. 그건 답이 없다고. (웃음) 어쨌든 그 작품으로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 많았지만 대표님은 이왕이면 이때까지 호흡을 맞춘 사람한테 주고 싶으셨던 것 같더라.

-특정한 장소가 주요 배경이라는 게 장점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음악도 워낙 유명하지 않았나. 어떤 점이 어렵던가. =그 작품은 하룻밤 사이에 무력으로 한 공간을 점거해서 권력을 재편성하는 게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런데 무대에서 폭력을 표현하는 건 합을 짜서 리얼하게 한다고 해도 효과적이지 않다. 연극은 늘 풀숏이지 않나. 클로즈업이나 카메라 앵글, 편집 등의 트릭이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떤 공연예술도 영화의 속도감을 따라갈 수가 없다. <주유소습격사건>은 내기 보기에 10년 전 영화치고 컷 수도 많고 신도 굉장히 쪼개지고, 그만큼 변화무쌍하게 변한다. 관객이 왜 저럴까 반문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된다. 더군다나 음악적 정서의 배치까지 생각하면 더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다 바꾸자, 그러면 ‘주유소습격사건’이라는 제목을 달 이유가 없거든. 어떻게 보면 특수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O.S.T가 굉장히 성공해서 괜찮겠다 싶지만 들여다보면 어휴, 그건 뭐 최악이다. (웃음)

-그럼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해프닝이다. 100분 남짓한 시간 동안 일상적인 주유소에서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그걸 해프닝적으로 어떻게 잘 만드느냐. 그게 목표지점이 되는 거다. 원작은 굉장히 빠른 템포로 스토리를 가져가기에 이야기적으로 전형적인 것들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뮤지컬은 좀 다르게 간다. 전사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영화 버전과 달리 몇몇 조각을 던질 뿐이고.

-박정우 작가와 손무현 음악감독의 합류가 당신의 비전과 원작의 비전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더라. =그 제안은 김 대표님이 하셨다. 내가 거기에 동의한 이유는 그들이 원작 드라마의 장점이나 맹점을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굉장히 좋은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었고.

-드림캡쳐의 라인업은 어떻게 되는지. =라인업 없다. 너무 힘들다. (웃음) 15년쯤 했으면 끝이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주유소습격사건>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처절하게 후회하고 있다. 장난이고, 사실 <혈의 누>도 해야 하고 내가 하진 않지만 가을에 멜로성 강한 창작뮤지컬도 준비하고 있다. <샤인>도 다음 시즌 준비해야 하고. 만에 하나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하게 되면 일이 커지겠지. 그건 뮤지컬 대본 쓰는 데도 2년 반이 걸렸거든. 겁도 나지만 제안만 한다면 돈과 상관없이 해보고 싶다. 정말로 매력적인 거 같다.

-어떤 점이 매력적인가. =나는 사랑 이야기 되게 싫어하거든. 못하기 때문에 싫어한다. 그런데 이건 사랑 이야기인데 투박하잖아. 영화는 조금 다를 텐데 뮤지컬 버전에선 서로 표현을 안 한다. 내가 제일 해보고 싶은 사랑 이야기가 두 사람이 사랑하는 이야기로 120분을 가는데 두 사람이 절대 사랑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 사랑 이야기다. 그거 진짜 해보고 싶다. 어쩌면 나중에 드림캡쳐 10년 뒤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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