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 4월 극장가는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의 뒷심이 작용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있다.
달력을 보니 벌써 3월이 코앞이다. 전통적으로 극장가가 비수기로 접어드는 시즌이다. 극장의 핵심타깃인 20대 초반 관객은 개강을 맞이해 각종 환영회와 MT로 바쁘고, 가족관객은 주말이면 극장 대신 야외를 찾는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빨간 날’이 유독 적은 시즌이라는 것도 결정적인 원인이다. 흔히 극장가에서는 3월과 4월을 비수기로 꼽는데, 이때에는 주말 외에 덤으로 쉴 수 있는 날이 삼일절(3월1일)밖에 없다(식목일은 언제부턴가 법정공휴일 명단에서 사라졌다). 관객이 극장 나들이를 쉬는 때이다보니 당연히 화제작이 개봉되는 일도 적다. 기획 아이템을 찾는 <씨네21> 기자들이 3월이면 평소보다 더한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2009년의 3, 4월은 어떨까. 지난 2007년과 2008년의 3, 4월은 관객 수의 감소가 한국영화 점유율의 감소와 맞물리면서 한국영화 위기설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극장 관계자들은 적어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가 희망적일 것으로 관측한다. 이상규 CGV 홍보팀장은 “올해는 평소와 달리 화제작들이 더러 있다”며 “이제 비수기를 틈새시장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의 뒷심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사실 <워낭소리>가 동원한 100만명이란 관객이 극장 전체 관객 수로 봤을 때는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이슈가 되기 때문에 관객이 여가생활을 찾는 과정에서 극장으로 발길을 옮기게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그런가 하면 맥스무비의 김형호 실장은 “극장산업이 불황산업이란 속설이 현실로 나타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경제위기가 만성화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여유를 찾은 관객이 오락거리를 찾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사실 이 시기는 많은 영화들이 개봉을 꺼리는 때이지만, 비수기만의 흥행전략이 통하는 시즌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예상처럼 개봉편수가 다른 때에 비해 적은 것도 아니다. 한편의 블록버스터가 많은 스크린을 점유하는 성수기보다 오히려 개봉편수가 더 많은 때도 있다.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5, 6월 성수기보다는 좀더 많은 스크린을 점유하는데다, 만약 대박을 칠 경우에는 무주공산에 입성하는 셈이다.
지난해에는 4월9일에 개봉한 <테이큰>이 이 시즌을 막강한 파워로 돌파했고, 2007년에는 2월28일에 개봉한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3월 내내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또한 예술영화나 장르영화에 기회가 되는 때도 바로 이 시즌이다. 눈에 띄는 화제작이 없다보니 기존의 마니아들을 다른 영화에 뺏기는 경우가 적다는 게 이유다. 올해는 이미 구스 반 산트의 <밀크>(3월26일)를 비롯해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여름의 조각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왓치맨>과 <드래곤볼 에볼루션> 등 제법 큰 영화들도 있다. 성수기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치열한 흥행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