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극장 수입의 상관관계는? 정답은 ‘있다’입니다. 그것도 아주 긍정적으로 말입니다. 미국의 1월 극장가는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애덤 샌들러가 제작한 코믹영화 <폴 블라트: 몰캅>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 주연을 맡은 <그랜 토리노>가 1억달러 이상의 극장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 기간이 미국인의 초관심 오락거리인 슈퍼볼 시즌임을 간과하지 마십시오. 덕분에 미국 박스오피스는 지난해 같은 기간 8억67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10억3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무려 19%나 성장했습니다. 팝콘이나 나초 판매 비용을 포함하지 않고 순수 티켓 판매 비용만으로 말입니다.
극장가 1월의 ‘이상 흥행’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를 꼽습니다. 오바마 정권이 출범하면서 미국인에게도 새 희망이 샘솟은 것이지요. 그러니 주야장천 듣던 실직, 파산 같은 나쁜 뉴스 말고, 좀 희망찬 대화를 듣고자 한 겁니다. 영화는 그러니까 아주 싼 가격으로 현실의 위기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도구인 셈입니다. USC대학에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강의하는 마크 영은 불황기에 극장으로 몰리는 관객의 심리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난 지금 너무 침울해. 날 좀 신나게 해줄 무언가가 필요해’라는 것이지요. 박스오피스 리서치사 ‘미디어 바이 넘버스’에서는 영화가 올린 수치의 개가를 두고 ‘영화를 보러 가는 것은 이 시대의 새로운 휴가법이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영화 티켓이 아무리 비싸다 한들 평소 소비패턴에 비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싼 엔터테인먼트임에 틀림없기 때문이죠. NBA 게임이나 록 콘서트 같은 고비용을 들이지도 않고 나들이를 할 수 있단 말입니다.
극장을 찾는 이유가 이렇게 실용적 측면이다 보니 단연 관객에게 각광받는 영화는 해피엔딩입니다. 쇼핑몰 경비원의 활약을 그린 <폴 바르트: 몰캅> 같은 코믹영화가 두각을 나타내는 반면, <장화, 홍련>을 리메이크한 공포물 <언인바이티드>의 흥행이 부진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덧붙여,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할 만한 가족영화도 지금의 극장가에서는 인기 아이템이라는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테이큰>의 박스오피스 흥행 비밀도 풀립니다. 이 영화가 부성애와 액션을 적절히 결합, ‘모든 이들을 위한 영화’로 불리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