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탁구 유망주 랜디(댄 포글러)는 88서울올림픽에서 승승장구하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목격하고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후 술집에서 탁구 묘기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죽음의 핑퐁대회에 출전해달라는 FBI의 제안을 받는다. 아버지를 죽인 핑퐁마왕 펭(크리스토퍼 워컨)을 소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에 그는 전설적인 핑퐁 마스터와 아름다운 핑퐁고수 매기 웡(매기 큐)의 지도로 훈련을 거듭한다. 마침내 펭의 초대장을 거머쥔 그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죽음의 핑퐁대회에 출전한다.
이소룡 주연 <용쟁호투>(1973)의 쿵후를 핑퐁으로 바꾼 <분노의 핑퐁>은 설정부터 엉뚱한 코미디영화다. 영어제목 ‘Balls of Fury’는 또 다른 이소룡 주연작 <정무문>(1972)의 영어제목 ‘Fist of Fury’의 패러디이기도 하다. 첫 장면부터 영화의 황당무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88서울올림픽 장면을 재현한 세트나 그것을 응원하는 주한미군, 그리고 주인공의 몰락을 보도하는 서울관보에 이르기까지 조잡하기 이를 데 없다. 또 핑퐁대회 도중 “화장실이 어디라요?”라고 똑똑히 발음하는 북한군 단역들까지 영화는 국내 관객에게 꽤 어필(?)할 만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이처럼 <분노의 핑퐁>은 은근히 골수팬들을 대거 확보한 할리우드 B급 황당무계 현실무시 코미디의 계보 안에 놓여 있다.
크리스토퍼 워컨이 제대로 망가지는 죽음의 핑퐁대회라는 것부터 그 연장선에 있다. 머리, 가슴, 배, 그 어떤 신체부위를 라켓으로 써도 무방하고 <피구의 제왕>(2004)처럼 쫙 달라붙는 스판덱스 소재 유니폼이나 중국식 치파오도 문제될 건 없다. 반칙이 아닌 선에서 상대를 자극하고 냄새를 풍겨도 허용되는 것이 바로 이 망할 놈의 핑퐁대회다. 오직 웃음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오합지졸의 해프닝도 용서가 된다. <분노의 핑퐁>이 이소룡 영화의 변형이라면 <드래곤>(1993)에서 이소룡을 연기했던 제이슨 스캇 리가 이 영화에서 조연도 못 되는 역할로 얼마나 망가지는지 지켜보면서 묘한 감회가 든다.
영화는 종종 박장대소를 터트리게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미흡하다. 이런 영화에서 기대하게 되는 여러 황당한 개그와 코드들이 지나치게 반복적이고 비생산적으로 쓰인다. 어딘가 잭 블랙의 ‘짝퉁’처럼 보이는 뚱보 댄 포글러도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 앞서 얘기한 계보로 설명하기에는 로버트 벤 가랜트 감독이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의 각본에 참여한 것 정도 외에는 특별한 것도 없다. 단지 몇 차례의 웃음만을 위해 선택하기에는 꽤 소모적인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