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애호 지수 ★★★★★ 고양이 애호 지수 ★★★★☆ 햄스터 애호 지수 ★★★
<슈렉>이 출현하기 전까지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은 두 종류로 나뉘었다. 하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고, 또 하나는 픽사 애니메이션이다. 전자가 2D로 만들어진 달콤함을 강조한 교훈극이었다면 후자는 오미(五味)를 입체적으로 배치해 3D애니메이션계에 새로운 성취를 이뤘다. 두 스튜디오가 합병된 뒤에도 사람들은 둘 중 어느 레이블에 기원을 두느냐를 따져 흥행과 작품성을 예측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볼트>가 태어났다. <볼트>는 ‘디즈니-픽사’의 이름으로 개봉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존 래세터가 책임 제작자로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첫 작품이다. 또 3D상영을 전제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점이 많다.
영화는 “<트루먼 쇼>의 개 버전”이라는 설명대로 허구와 현실의 대비 구조를 따른다. TV쇼 <볼트>에서 슈퍼도그로 활약하는 볼트(존 트래볼타)는 자신이 평범한 개라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이 개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한 가지. 자신의 주인이자 유일한 친구인 페니(마일리 사이러스)를 악당 칼리코 박사에게서 구하는 것이다. 그렇게 볼트는 매주 한번씩 위험을 감수한다. 볼트는 “개가 진짜라고 믿어야 시청자도 믿는다”는 엄격한 연출자 때문에 쇼를 시작한 뒤로 단 한번도 스튜디오를 떠나본 일이 없다. 주말엔 보통 반려견처럼 집에서 놀게 해달라는 페니의 애원도 소용없다.
그리고 이야기는 전환된다. 우연히 택배 상자 안에 들어가게 된 볼트가 자고 일어나보니 할리우드가 아닌 뉴욕의 ‘비열한 거리’에 놓여 있었던 것. 그렇게 동에서 서로 미 대륙을 횡단하는 맹목적이고 충직한 개의 여정은 시작된다. 여행 중 슈퍼도그가 아닌 보통 개로서 현실을 깨닫는 것은 당연한 수순. 동행도 있다. 냉소적인 성격을 가진 고양이 미튼스, 그리고 TV에 중독된 햄스터 라이노다. 칼리코의 수하라는 오해를 받고 억지로 따라가야 하는 미튼스와 대책없이 낙천적인 햄스터는, 디즈니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령사들이다. 처음에는 엇박자로 시작된 셋의 로드무비는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짜 친구, 라는 교훈을 몸으로 실천하며 목적지에 가까워진다.
다소 복잡한 이야기임에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냈다는 점, 그것이 <볼트>의 미덕이다. 아동 관객도 한 스크린에서 만나게 되는 TV쇼 <볼트>와 영화 <볼트>를 쉽게 구분해낸다. 다만 주관객층을 너무나 고려한 나머지 픽사였다면 좀더 세련된 방법으로 다뤘을 할리우드에 대한 조롱의 수위가 직접적이고 단면적이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그러나 새끼일 적의 볼트를 포함해서 귀엽고 사랑스럽게 고안된 동물 캐릭터들 덕분에 영화에 호감을 갖는 건 순식간이다. 라이노와 처음 만나게 되는 캠프장에서 미튼스가 볼트에게 ‘개답게 보이는 방법’을 가르치는 장면은 그중 백미. 반려동물로 개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반할 요소가 다분하다. 그리고 그건 고양이나 햄스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tip/ 일반 스크린에서도 감상이 가능하지만, 볼트는 3D영화다. <베오울프> 같은 기술의 신천지를 펼치지는 않아도, 3D의 장점을 살려 꽤나 실감나게 만들어졌다. 국내 3D 상영관 모두에서 상영된다고 하니 기왕이면 전용 안경을 쓰고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