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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에 사라진 따뜻한 희망 찾기 <오펄드림>
이화정 2008-12-24

탄광촌의 척박함 지수 ★★★ 아역배우들의 열연 지수 ★★★★★ 소박한 감동 전가 지수 ★★★

호주의 오펄 탄광촌. 이곳에는 오펄을 찾기 위한 꿈 하나로 왔지만 별 성과없이 지내는 렉스(빈스 콜로시모)와 가족이 산다. 그런데 딸 켈리앤(사파이어 보이스)에겐 포비와 딩언이라는 상상 속 친구들을 실제처럼 대하는 이상한 증상이 있다. 상상과 현실을 구분 못하는 켈리앤을 위해 렉스는 실제 친구를 사귀게 하려 포비와 딩언을 데리고 나간다. 물론 켈리앤처럼 포비와 딩언이 보인다는 가정 아래. 그러나 깜빡 잊고 그들을 데리고 오지 않자, 켈리앤은 그때부터 포비와 딩언을 찾겠다고 떼를 부린다. 딸의 증상이 심각해지자 렉스는 포비와 딩언을 찾다가 광산 도둑으로 오해를 사고, 마을 사람들은 렉스 가족 모두를 도둑 취급해 재판까지 가게 된다. 오빠 애슈몰(크리스천 바이어스)은 결국 켈리앤을 위해 포비와 딩언을 찾아 나서고,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포비와 딩언의 거짓 장례식을 꾸민다.

<오펄드림>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무언가를 찾고 있다. 렉스를 비롯한 어른들이 찾는 것은 삶을 부유하게 할 오펄이고, 딸 켈리앤이 찾으려 하는 것은 영혼의 친구인 포비와 딩언이다. 문제는 여기서 온다. 렉스가 찾으려 하는 물질 ‘오펄’ 때문에, 정작 딸의 아름다운 희망, 아이들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윤기나는 환경은 철저히 무시된다. 오펄의 가치를 알고 모여든 어른들은 이권을 위해서라면 몸싸움과 욕설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각박함만이 가득하다. 모래언덕이 뒤덮인 마을, 온정없이 살아가는 이곳에서 켈리앤이 찾으려 하는 포비와 딩언은 환상이 아닌, 지금 이 탄광촌에 사라진 따뜻한 희망일지 모른다.

<풀 몬티>로 실직된 가장들의 따뜻한 고군분투를 그린 피터 카타네오 감독은 이번엔 세상에 때묻지 않은 아이들에게 포커스를 맞춘다. 별다른 치장없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카타네오의 기술은 <오펄드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카타네오 감독은 정말 희한하게도 포비와 딩언을 보여줄 어떤 기술적인 장치, CG효과도 사용하지 않는 고집을 보인다. 관객은 영화 내내 탄광촌 마을 사람들처럼 포비와 딩언을 눈앞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켈리앤을 이상하게 바라봐야 할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의 말미, 카타네오 감독의 소박한 감동을 접하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착한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동화 <벌거숭이 임금님>의 이야기처럼 <오펄드림>의 감동을 전달받은 이들에게 어쩌면 포비와 딩언이 그려질지 모를 일이다.

물론 카타네오가 그렇게 뻔뻔하게 무작정의 감동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영화 속 캐릭터와 어우러지는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잔잔한 음악은 어떤 CG보다 효과적으로 이 영화의 장면들을 빛나게 해준다. <어톤먼트>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마리아넬리는 내내 우울함에 빠져 있던 영화의 분위기를 전환, 오히려 가장 슬퍼야 할 장례식 장면에서 힘차고 밝은 음악을 선사하며 굳어 있던 마을 사람들의 심장을 요동치게 만든다. 무수한 색깔이 빚어 만든 오펄의 소박한 화려함처럼, 영화도 그렇게 똑 닮았다.

tip/<오펄드림>은 벤 라이스 작가의 베스트셀러 <포비와 딩언>이 원작이다. 소설이 호주의 오펄 광산 지역 라이트닝 리지의 메마른 불모지를 묘사했다면 카타네오 감독은 영화에서 호주의 또 다른 광산 쿠버 페디를 배경으로 한층 따뜻하고 희망적인 광산의 모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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