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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총결산] 올해의 외국영화 베스트 5
장영엽 2008-12-30

매혹적 공포… 미국 작품의 선전

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미국영화의 선전이다.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외화 다섯편 중 상위 세편은 가장 미국적인 장르와 법칙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그리고 그 선두지점에는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있다. 응답자 23명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한 이 작품은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영웅이 더이상 존재할 수 없는 시대”(남다은)의 공포감을 탁월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읽는 재미에 있다. 남다은 평론가는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읽어도, 누구로부터 읽어도, 풍성한 이야기의 겹이 생기는 매혹적인 보물창고”라는 말로 정리한다. 한편 코언 형제의 영화 사상 가장 극악무도한 악당을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고상한 단발머리는 진지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웠고, 가장 웃겼다”(한동원)는 평가는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2. <데어 윌 비 블러드>

“그 정신과 힘, 정말 놀랍다.”(변성찬) 2위를 차지한 <데어 윌 비 블러드>의 힘은 대니얼 데이 루이스가 연기한 “사상 최강의 남자 캐릭터”(김봉석), 다니엘 플레인뷰에서 나온다. 플레인뷰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라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파우스트적 인간이다. 돈과 명예에 대한 그의 집착은 자신과 주변인물을 불행에 빠뜨리며, 이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살인마 안톤 쉬거나 <다크 나이트>의 조커와는 다른 방식의 공포를 유발한다. 변성찬 평론가는 이 공포를 “가장 섬뜩하게 드러나는 자본의 맨 얼굴에 대한 초상화”라 정의한다. 즉, <데어 윌 비 블러드>는 플레인뷰라는 ‘만들어진’ 자본가를 통해 자본주의의 기반이 된 물질과 정신을 탐구하는 “21세기 묵시록”(한창호)이다.

3. <다크 나이트>

3위에 선정된 <다크 나이트>는 앞서 언급한 두편의 ‘신종 웨스턴’과 대척점에 선, 미국영화의 또 다른 얼굴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영화를 통해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카오스의 세상”(안시환)을 보여주며 팀 버튼의 <배트맨> 시리즈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자신만의 제국을 구축했다. “선악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고 무섭게 파고드는 블록버스터 슈퍼히어로 영화는 없었다. 이 작품은 관객을 단지 시각적으로만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염성 강한 악의 속성에 끊임없이 몸서리치게 만들면서도 분열된 주인공들의 심리에 동화되고 같이 혼란스러워지도록 만든다”는 김지미 평론가의 말은 놀란의 ‘배트맨’이 위대한 걸작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이유를 정확히 짚어준다.

4. <렛미인>

올해의 외화 4위는 1년에 평균 스무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불모지’ 스웨덴에서 날아온 <렛미인>이 차지했다. 그 희소성을 입증하듯 이 영화는 “그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는 독특하고도 기이한”(이화정) 작품이다. “지난 몇해 동안 나온 가장 훌륭한 퀴어영화”(듀나)라는 평부터 “뱀파이어의 본질적인 외로움에 공명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심미적인 공포영화”(황진미)라는 의견까지 응답자들은 다양한 수식어를 이 북구영화에 달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사실은 <렛미인>이 2008년 개봉한 모든 영화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사랑 이야기라는 점이다. 과연 “온 세상의 판타스틱영화제가 주단을 깔고 반길 법한 보석”(김혜리)이라 부를 만하다.

5. <이스턴 프라미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는 5위에 오른 <이스턴 프라미스>로 2007년 <폭력의 역사>에 이어 두 번째로 ‘올해의 외화’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는 폭력과 평범한 삶이 결코 다른 범주의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크로넨버그가 이것을 서술하는 방식에는 “멋이나 스타일 같은 게 조금도 개입되어 있지 않”(이현경)으며, 송효정 평론가는 이를 “맨몸과 맨살이 고통임을 비유나 알레고리 없이 보여주는 직접성”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날것 그대로를 보여주는 서술 방식은 크로넨버그의 익히 알려진 장기이지만, 이를 담아내는 솜씨가 “거의 신들린 경지”(김용언)에 도달했다는 게 응답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더불어 평범함과 폭력성의 양면적인 모습을 한 얼굴에 담아낸 비고 모르텐슨의 연기 또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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