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63번째는 최영도씨가 기증한 고 최영달씨의 수집품 중 <모녀>(1958) 전단지입니다.
최훈 감독은 한국영화의 첫 번째 르네상스라 불리는 1960년대를 풍미한 영화인이지만 예술영화 중심의 평론과 필름 유실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평안남도 안주군 남천리에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으며 학창 시절은 평양에서 보냈다. 졸업 뒤에는 신의주와 평양에서 교편을 잡았다. 1947년 월남하여 아세아영화사를 설립하고 안종화 감독의 <김상옥의사혈사>라는 작품 제작에 뛰어들지만 촬영 후반에 발발한 6·25 전쟁으로 제작이 중단되고 촬영본 필름마저 유실하고 만다.
최훈은 전후 한국영화 부흥의 신호탄이었던 <춘향전>(1955)의 연출부 막내로 들어가 이규환 감독으로부터 연출 수업을 받았다. 이때 함께 연출부로 있었던 동료가 유현목 감독이었다. 홍성기 감독의 <출격명령>(1954), <열애>(1955), <애인>(1956), <실락원의 별>(1957)에서는 조감독 생활을 하며 다년간 연출 실력을 다진다. 1958년 한성영화사의 1호 작품인 <모녀>로 감독 데뷔한다. 최영도씨가 기증한 <모녀> 전단지를 보면 ‘이십년간을 두고 모녀간에 버려진 비극이지만 영화기법상 참으로 어려운 시간문제를 무난히 해결’했다며 실력있는 신인감독을 홍보한다.
최훈 감독은 ‘여성 멜로드라마’류의 눈물을 쏙 빼는 영화를 많이 만들면서도 ‘탄탄하고 꼼꼼한 연출’로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고 흥행에도 성공했다. 유부남 김진규와 여대생 엄앵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아빠 안녕>(1953)으로 인기감독 대열에 들어섰고, 최무룡과 조미령이 출연한 사회성 짙은 멜로드라마 <장마루촌의 이발사>(1959)가 크게 히트하면서 흥행멜로 감독의 입지를 굳혔다. <지금 그 사람은>(1968)에서는 최초의 해외 로케이션을 시도하며 가수 남진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훈 감독의 주된 작품 경향의 하나로 교직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영화들이 자리한다. <느티나무 있는 언덕>(1958), <어느 교사의 수기>(1960), <수선화>(1973), <꿈나무>(1978) 등에서 희생적인 스승의 상을 계몽적이면서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최훈 감독 스스로 예술영화를 많이 만들지 못해 아쉽다고 밝혔지만 관객의 심금을 울렸던 신파적 멜로드라마, 사회성 짙은 멜로영화, 교육영화까지 20년간 60여편의 영화에서 당대의 대중과 성공적으로 교감했기에 재조명이 꼭 필요한 감독이 아닐까 싶다. 1970년대에는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 영화진흥공사 이사 등을 맡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