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불경기의 한파는 할리우드 독립영화계에도 매섭게 몰아친다. 자금줄을 빼려는 투자자와 좁아지는 배급 통로 사이에서 독립영화를 극장에서 볼 기회가 점점 줄어드는 것. 일간지 <시카고트리뷴>은 11월10일자 기사를 통해 위기에 처한 할리우드 독립영화계의 현재를 점검했다.
가장 큰 위기는 역시 자금문제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공동 투자로 불황을 이겨내는 동안, 많은 독립영화 제작자들은 공동 투자는커녕 투자자 근처에 가지도 못하고 있다. 불경기에 허리띠를 동여맨 투자자들이 독립영화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좀더 날카로워졌기 때문. <님스 아일랜드>와 <마이클 클레이튼>의 해외 판매를 담당한 서밋 엔터테인먼트의 데이비드 가렛은 “이런 상황이라면 조만간 영화 산업이 재편될 것”이며, “소규모 제작사와 독립영화 세일즈 회사는 아마 바닥을 칠 정도로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독립영화의 안정적인 공급처가 사라지는 것이다.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 같은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앞다투어 계열사의 독립영화 사업을 접고 있기 때문.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올 여름 계열사인 파라마운트 빈티지의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워너브러더스는 픽처하우스와 워너 인디펜던트 픽처스의 사업을 모두 끝냈다. <카핑 베토벤>이나 <연을 쫓는 아이> 등의 예술영화를 제작한 시드니 킴멜 엔터테인먼트 또한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 규모를 줄였다.
독립영화계의 어려운 사정은 극장가에도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모양이다. 미라맥스의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의 첫날 흥행수입은 1년 전 개봉한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30% 정도에 그쳤고, 2008년 제작된 예술영화(<레슬러> <다우트> <레볼루셔너리 로드> 등이 있다)의 오스카 수상 가능성 또한 2007년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노> <데어 윌 비 블러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선전하며 극장가에 독립영화 개봉 열풍을 몰고 왔던 2007년의 영광을 재현할 방법은 없는 걸까. 독립영화인들의 혜안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