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인 미술사학도인 한 영국 청년이 지도교수의 부탁으로 이탈리아 귀족가문의 대저택을 연구하러 떠난다. 교수는 청년에게 오비디우스의 <변신이야기>와 <달력>을 쥐어주며 저택의 소유자인 도치 여사를 주의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저택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예의바르지만 뭔가를 감추고 있다. 요절한 아내를 위해 도치 가문의 조상이 지었다던 추모정원은 아름답지만 위험해 보인다. 청년은 오비디우스의 책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추모정원의 조각상들이 어떤 사실을 은유적으로 암시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새비지 가든>은 호사스런 추리물이다. 이 소설은 단테의 <신곡>과 그리스 신화의 대표적인 아이콘(플로라와 아폴론, 아도니스와 나르키소스)으로부터 실마리를 유도하며, 한 가문의 비극을 말하기 위해 이탈리아 우파와 좌파의 역사적 충돌을 끌어온다. 누릴 호사가 많아서일까. 소설의 마지막에 ‘준비된’ 진실보다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마침표를 찍기 전에 모든 문제의 답을 풀고야 말겠다는 강박도 조금은 아쉽다. 하지만 정원의 음산하고 불길한 공기를 생동감있게 표현할 줄 아는 작가의 문장력은 높게 평가할 만하다. 영화 <원 나잇 스탠드>의 시나리오를 쓴 마크 밀스의 두 번째 장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