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런던영화제가 지난 10월30일 막을 내렸다. 10월15일 개막되어 보름간 상영된 영화는 40여개국에서 초청된 장편 189편과 단편 108편. 이들 영화는 ‘필름 온 더 스퀘어’, ‘뉴 브리티시 시네마’, ‘프렌치 레볼루션’, ‘시네마 유럽’, ‘월드 시네마’ 등 10개 섹션으로 나뉘어 관객과 만났다.
올해의 개막작인 론 하워드 감독의 <프로스트/닉슨>은 오는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유력한 작품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1977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사임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영국의 토크쇼 진행자 데이비드 프로스트와의 대담 인터뷰를 다뤘다. 런던영화제를 후원하는 <타임스>의 제임스 크리스토퍼는 “프로스트의 프랑크 란젤라와 닉슨의 마이클 신의 조화를 이룬 연기가 돋보인다”며 “지금까지 본 영화 중 최고”라는 찬사를 쏟아내기도 했다. 폐막작에는 런던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 대니 보일의 <슬럼독 밀리언에어>가 선정됐다.
1974년 닉슨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는 모습을, 그를 혐오하는 기자의 1인칭 시점으로 기사화해 ‘곤조 저널리즘’의 시초를 이뤘다는 헌터 톰슨의 일생을 다룬 다큐멘터리 <Gonzo: The Life and Work of Dr. Hunter S. Thompson>과 아일랜드의 완전한 독립을 원하는 IRA의 일원인 바비 샌즈의 단식투쟁기를 그린 스티븐 매퀸의 <헝거>, 스티븐 소더버그가 오랜 기간 공들여 만든 체 게바라의 일대기 <체> 등이 이번 영화제의 화제작들이다. 조지 부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올리버 스톤의 <W>도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이들 영화를 관통하는 테마는 영향력 있는 역사 속 인물들에 대한 재해석으로, 이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영화제 사무국 아트디렉터 샌드라 허본은 “역사 속 주요한 순간들을 돌아보는 것이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놀라운 여정”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홍상수 감독의 <밤과 낮>, 임필성 감독의 <헨젤과 그레텔> 등 반가운 한국영화도 선보였다. 이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오는 11월6일 개막하는 런던한국영화제의 개막작으로도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