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배우 샘 라일리 매력 지수 ★★★☆ 사운드트랙 충족 지수 ★★★★ 조이 디비전 팬 만족 지수 ★★★
조이 디비전과 이언 커티스에 관한 두 번째 영화 <컨트롤>은 2002년 마이클 윈터보텀의 <24시간 파티 피플>과 정반대의 영화다. 소재는 같지만 윈터보텀의 영화는 1980년대 초 클럽 하시엔다를 중심으로 1990년대 초반까지 영국 록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얼터너티브·레이브 사운드 ‘매드체스터’의 시초로서 조이 디비전을 다룬다.
<컨트롤>은 밴드보다도 이언 커티스라는 한 젊은이의 삶에 초점을 맞춘 러브스토리에 가깝다. 시를 읽는 것과 짐 모리슨, 데이비드 보위를 좋아했던 소년은 열아홉살에 불쑥 결혼을 했고, 밴드 보컬과 분윳값 벌이의 공무원 생활을 병행하다 밴드의 성공 속에서 간질과 우울증을 겪기 시작했다. 또 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새로운 사랑을 하게 되었고, 미국 투어를 하루 앞둔 날 자살했다.
<컨트롤>은 23년이라는 짧은 삶이 많은 것을 겪었다고 차분한 흑백 화면으로 말한다. 두번의 사랑, 단절된 소통, 스스로를 더욱 고립시킨 질병과 고통, 죽음. 록 뮤지션들의 사진작가이자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활동했던 안톤 코베인은 생전에 조이 디비전을 만났던 인연으로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게 됐다. 그의 연출은 매우 신중하다. 영화는 커티스의 상황들을 연결하면서 의도적으로 맥락을 버리고 최대한 해석을 배제한다. 그저 어떤 당연한 때에 이르러 커티스가 죽음을 택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타인의 자살 내막이야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그 말없는 죽음에 대하여 지나치게 신중을 기한 나머지 <컨트롤>은 마치 물처럼 무미무향무색의 영화가 된 느낌도 있다. <컨트롤>에서 죽음이란, 이야기의 예정된 결말로서 기능할 따름이다. 굳이 예술가의 죽음일 이유도, 젊은이의 돌연한 자살일 이유도 없는. 젊은 뮤지션의 삶과 죽음을 다루면서 그것을 단지 슬픈 러브스토리 정도로 해석했다는 것은 이 영화에 또다른 기대를 걸었을 조이 디비전 팬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길 것이다. 2007년 <컨트롤>은 칸 감독주간에서 ‘주목할 만한 신인감독’(Prix Regards Jeune), ‘황금카메라상 특별언급’을 포함해 3개의 상을 받았다. 주연배우 샘 라일리는 영국 리즈 지역의 무명 로커에서 덜컥 버버리 모델이 되는 인생역전의 행운을 얻었다.
tip/ <컨트롤>의 감상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음악. 이 영화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전혀 쓰지 않았고 오직 록 넘버들을 삽입곡으로 사용한다. 조이 디비전과 뉴 오더의 곡들을 비롯해 데이비드 보위, 섹스 피스톨스, 이기 팝, 벨벳 언더그라운드 등 1970년대 개러지·펑크신의 슈퍼스타들의 곡을 들을 수 있다. 영화에 쓰인 곡은 20곡이 넘지만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에는 17곡이 실렸다. 이 앨범은 아쉽게도 현재 해외 인터넷사이트를 통해서만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