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관광홍보지수 ★★★★ 여행하고 싶어질 지수 ★★ 세상에 대한 비관지수 ★★★
아이는 로드무비의 가장 친근한 동반자다. 특히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아이와의 여행은 동행하는 어른이 자아성찰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하늘을 걷는 소년> 또한 10살 미만의 아이를 동반한 여타의 로드무비들과 다를 바 없는 지도를 참조한 영화다. 사고사를 위장한 자살을 꿈꾸며 퀵서비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여자는 어느 날 한 여자로부터 8살 난 사내아이의 배달을 의뢰받는다. 소년의 이름은 ‘예수’(강산)고, 여자는 어느 날 본 그림의 주인공을 본따 스스로를 ‘잔다르크’(허이재)라고 부른다. 예수의 인수자는 이제 갓 결혼한 신랑이다. 그는 예수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말한다. 잔다르크는 다시 예수를 반송하지만, 배달을 의뢰했던 여자는 이미 자살한 뒤다. 갈 곳이 없어진 예수는 다시 잔다르크에게 배달을 의뢰한다. “여기가 아닌 곳이면 어디든 데려다주세요.”
전라북도 저예산영화제작지원작인 <하늘을 걷는 소년>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전라북도의 풍광이다. 영화는 이들이 전라북도의 곳곳을 돌며 예수가 자란 고아원으로 향하는 1박2일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소년과 여자의 여행길은 그리 고생스럽지 않다. 갖은 고난과 역정을 헤쳐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칭얼댄다고 굶기고 웃는다고 벽장에 갇히는 등의 학대를 받았던 예수의 사연과 아버지로부터 입은 상처를 회복하지 못한 잔다르크의 과거는 모두 가족과 사회를 공통된 무대로 삼고 있다. 잔다르크는 예수에게 너를 버린 세상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가르치고, 잔다르크는 예수를 통해 꼭꼭 숨겨뒀던 내면의 아픔을 드러낸다. 그처럼 로드무비의 전형적인 일정을 따르는 두 사람의 여행은 ‘잔잔함’과 ‘서정성’이라는 익숙한 단어로 포장될 것이다. 하지만 <하늘을 걷는 소년>은 익숙한 희망에 대해서도 낙관적이지 않은 영화다. 소년의 상처를 더욱 깊이 헤집는 마지막 10분은 앞부분의 분위기를 뒤짚는다. 문제는 그런 반전이 전혀 장점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역배우와 성인배우 할 것 없이 미숙한 연기와 인물의 감정보다도 풍광에만 집중하는 연출이 인물들의 상처에 다가서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tip/ 예수를 연기한 아역배우 강산은 <하늘을 걷는 소년> 외의 작품에서도 불쌍한 어른들과 함께했다. 미개봉작인 <특별시 사람들>에서는 판자촌에 사는 가족의 막내를 연기했고, <예의없는 것들>에서는 ‘킬라’(신하균)와 ‘그녀’(윤지혜)의 사이에 끼어들어 어른들을 위로했다. 또한 <모두들, 괜찮아요?>에서는 바람잘 날 없는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길러졌다. 그러고보니 개봉이 늦어지거나, 흥행이 어려웠던 작품들을 두루 섭렵한 소년이기도. <하늘을 걷는 소년>은 <다카포>란 제목으로 2007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됐던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