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의 크랭크인에 누나의 캐스팅이니, 가문의 영광이다. 지난 9월29일 엄태웅이 주연으로 활약하는 스릴러 <핸드폰>이 서울 압구정 인근에서 촬영을 시작한 데 이어 바로 다음날인 30일 가수 엄정화도 10월 말 크랭크인하는 <인사동 스캔들>(가제)에 출연을 확정지었다. 엄태웅의 첫 스릴러영화 <핸드폰>은 <극락도 살인사건>을 만든 김한민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사업가 승민 역을 맡은 엄태웅은 이 영화에서 사업 정보가 담긴 휴대폰을 두고 익명의 남자인 박용우와 경쟁을 펼친다. 한편 <인사동 스캔들>에서 엄정화가 맡은 역은 팜므파탈이다. 그녀가 연기하는 미술계의 거물 배태진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냉혹한 여자. 엄정화는 복원 전문가 이강준으로 분한 김래원과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벽안도>를 둘러싸고 한판 대결을 벌인다.
가족 출신 연기자 중에서 엄정화와 엄태웅만큼 성공적으로 연예활동을 해온 이들도 드물 것이다. 1993년 가수와 탤런트로 동시 데뷔한 엄정화는 2002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여자연기상을 수상했고, 10집 앨범을 낸 최근까지 가수 활동 또한 소홀히 하지 않았다. 연극배우 출신의 엄태웅은 <실미도>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의 영화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다 드라마 <부활>로 시청자에게 ‘엄포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력을 쌓아온 남매지만, 비슷한 시기 영화활동에 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엄정화가 주연을 맡았던 <호로비츠를 위하여>는 5월18일 개봉했고, 엄태웅이 출연한 <가족의 탄생>은 5월25일 개봉했다. 당시 누나와 동생은 한주 간격으로 관객에게 무대인사를 하며 흥행 경쟁을 벌였다. 당시 최종 관객수는 <호로비츠를 위하여>(약 55만명)가 <가족의 탄생>(약 22만명)에 앞서 흥행으로는 누나인 엄정화의 승리였다. 2008년 또다시 비슷한 시기에 스크린에 진출한 이들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2009년에나 알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