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와 고추장, 된장, 참기름 등 각종 양념거리들이 해결되면 살림의 절반은 준다. 나는 주로 그것들을 ‘시’자 들어간 분들로부터 조달해 먹는데 때론 그분들의 옆집 반찬까지 내 밥상에 오른다. 내가 말년 복이 있다던데, 시어머니, 시고모, 시이모, 시외숙모 모두모두 오래 사실 게 틀림없다. 250만 농민 숫자가 한해에 30만명씩 줄어든다니, <전설의 고향> 배경음악을 깔고 얘기하자면, 이대로는 10년도 안 돼 우리 먹을거리는 씨가 마른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 빈자리를 뭘로 채울까.
지난 봄 애 두돌 되기 전 서둘러(애 비행기값이 공짜이므로) 중국을 다녀온 일이 있다. 체류하던 5일 내내 싼루사 우유를 먹였다. 뉴스에 나온 상표를 보고 가슴이 철렁해 중국에서 찍은 사진을 뒤져보니, 우유 먹다 잠든 애 손에 들린 우유는 문제의 그 우유였다. 하루에 서너개씩 마셔댔는데 말이다. 올 여름 지나면서 부쩍 애가 또래에 견줘 머리가 큰 것도, 놀이터에서 다리를 비비 꼬면서 쉬하기를 거부하는 것도 혹시?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공업용 화학물질 멜라민은 우리 대통령님의 상식과는 달리 절대 식품에 들어가서는 안 되는 독성물질이다(어쩌자고 과자 껍데기에 “멜라리인” 표시가 안 돼 있냐고 물으셨는지. 광우병 쇠고기에 변형 프리온 성분 표시 돼 있는 거 보셨나요? 혹시 YTN에 심히 미안해서 돌발영상이라도 히트치라고?)
오락가락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중국산 유제품이 들어간 모든 식품에 대한 검사를 한다지만, 불가능한 일이다. 표본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입업체에 일일이 물어 납품차량 내역 등을 확인한다 해도 그 많은 회사로 나뉘어 들어갔다가 가공 뒤 시중에 풀린 전 과정을 알 수는 없다. 이처럼 ‘사후 약방문’조차 안 되는 이유는, 먹을거리 안전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하자고 하자고 했던 바코드를 이용한 식품이력추적제 같은 시스템이 없는 탓이다. 알아서 피하라고? 가공식품에 많이 들어간 재료와 원료 기껏해야 두개 남짓 원산지 표시를 하면 되도록 해놨는데 무슨 수로. 또 이 표현을 써서 유감이지만 부자들 과세를 걱정하는 것의 백만분의 일이라도 아이들 과자 걱정 좀 했으면 좋겠다. 그걸 기대하느니 돈 되는 일이면 무슨 짓이든 하는 중국의 왕서방들이 개과천선하기를 기다리는 게 빠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