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로맨틱 지수 ★★★ 이것저것 볼거리 지수 ★★★★☆ 3편 나올까 예상 지수 ★☆
지금쯤이면 슈퍼히어로물에 지친 관객도 있을 거다. 여름 내내 극장가는 아스팔트를 깨부수고 자동차를 던져올렸으며 하늘을 날아다녔다. 하지만 더운 날씨만큼이나 긴 꼬리를 가진 붉은 영웅이 아직 남아 있다. 아마도 올해의 마지막 여름 블록버스터가 될 <헬보이2: 골든아미>(이하 <헬보이2>)는, 기예르모 델 토로가 2004년작 <헬보이>에서 다 보여주지 못했던 세계를 작정하고 펼쳐놓은 환상적이고 소박한 영웅담이다.
영화는 옛날이야기로 출발한다. 인간과 요정들이 함께 살던 시절, 인간의 욕심은 종족간 전쟁으로 이어진다. 엘프족의 왕은 4900개의 황금기갑병으로 이뤄진 골든 아미를 전쟁에 투입하고 세상이 피바다가 된 뒤에야 휴전 협정을 맺는다. 이를 반대했던 누아다 왕자(루크 고스)는 방랑길에 오르는데, 오랜 세월 인간의 욕심을 참아온 그가 골든 아미를 깨울 준비를 하면서, 헬보이는 침대 머리맡에서 들었던 이야기와 만나게 된다. 2편에서도 헬보이(론 펄먼)는 여전히 초자연현상조사처리국의 골칫덩이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려는 인정욕구 때문에 담당 요원 매닝으로 하여금 제산제를 들이켜게 하는 헬보이의 활약은 맨해튼의 경매장 초토화 사건으로 시작한다. 골든 아미를 다스리는 왕관의 조각이 입찰됐는데, 누아다가 나타났던 것. 헬보이 일행은 새 멤버 요한 크라우스 박사의 심령술을 이용해, 브루클린 다리 아래 숨겨진 트롤 시장으로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모퉁이마다 괴물들이 도사리고 있는 이 영화의 전체적인 느낌이 귀여운 까닭은, 공들여 만들어진 크리처와 익살스러운 캐릭터들에 있다. 트롤 시장 장면은 죽음의 천사 장면, 골든 아미 결투 장면과 함께 우열을 가리기 힘든 영화의 백미이며 영화팬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눈요기다. 할리우드의 평론가들은 트롤 시장이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에서 영향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엘프에 대한 묘사도 <호빗>을 준비하는 델 토로가 톨킨에게 바친 오마주라고 추측했다. <뉴욕타임스>의 A. O. 스콧은 거대한 숲의 정령이 도시 한복판에서 무너지는 장면을 “미야자키 하야오의 환경주의에서 슬픔이 분노로 대치”됐다고도 했는데,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꼽을 만큼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헬보이2>는 그저 볼거리 가득한 슈퍼히어로물일까. 아무리 팬보이가 만들었다지만 현실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채울 수 없는 텅 빈 가슴을 가진 인간에 대한 시선이 그렇다. 인간은 자멸할 운명이라는 영화 속 전설과 예언은 거울의 방향이 과거와 미래를 향하기에 반향이 덜할 뿐 <헬보이2>를 가벼운 오락물로 남겨두지는 않는다. 덧붙여, 영화에는 두개의 중요한 로맨스가 있다. 하나는 헬보이와 리즈의 성숙해진 관계이고, 나머지는 반인반어 에이브와 누알라 공주의 애틋한 사랑이다. 배리 매닐로의 <Can’t Smile Without You>를 열창하는 두 남자의 로맨스는 이야기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아기자기한 장치들 때문에 전체적으로 산만해졌다는 불평도 있지만 취향 나름이다.
tip/ 인간계와 요정계를 넘나들며 아름다운 장면을 담아낸 촬영감독 기예르모 나바로는 기예르모 델 토로와 <크로노스>(1993), <악마의 등뼈>(2001), <헬보이>(2004), <판의 미로: 오필리아의 세개의 열쇠>(2006), <헬보이2: 골든 아미>(2008)까지 5편을 함께한 단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