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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놀라게 한 판권 소송의 시작
이주현 2008-09-02

이십세기 폭스, 그래픽 노블 <왓치맨> 판권 문제로 워너브러더스에 소송

이십세기 폭스가 <왓치맨>의 판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며 <왓치맨>의 제작사 워너브러더스에 소송을 걸었다. 미 연방법원은 폭스의 소송을 계속 지켜보기로 결정했고, 할리우드는 그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왓치맨>은 <300>의 잭 스나이더가 연출을 맡아 촬영까지 끝냈으며, 2009년 3월로 개봉 일정이 잡힌 상태였고, 워너의 자회사 DC 코믹스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이다. 영화판을 고대하고 있는 <왓치맨>의 팬들은 폭스의 행동을 비난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워너가 모든 계약상의 문제를 꼼꼼하게 검토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폭스와 워너의 <왓치맨> 판권 소송 이면에는 할리우드 비즈니스의 어두운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통상 ‘턴어라운드’라고 불리는 이 관행은 계약상의 메커니즘으로, 판권은 갖고 있지만 영화화 작업을 하지 않는 프로젝트를 일정 비용을 받고 상대방에게 권리를 양도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상대방이 그 비용을 제대로 치르지 못할 경우 판권은 다시 원 소유주에게 돌아간다. <왓치맨>의 판권은 그동안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다. 1986년 당시 라르고 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였던 로렌스 고든은 이십세기 폭스가 배급한다는 조건으로 <왓치맨> 판권을 취득했다. 그러다 작업이 난항을 겪게 되면서 라르고 엔터테인먼트는 와해된다. 로렌스 고든은 <왓치맨>의 판권을 폭스와 나눠 가지고 있었는데, 1994년 이 프로젝트를 다른 스튜디오에서 진행하기 위해 폭스에 그동안의 개발비를 지불하고 판권을 돌려받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이후 <왓치맨>은 워너브러더스에 안착했다. 폭스는 로렌스 고든이 <왓치맨> 판권을 워너로 가져가는 과정에서 자신들이 들인 개발비를 모두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화 판권을 둘러싼 싸움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다. MGM과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는 007 시리즈 판권을 두고 10년이 넘게 소송을 주고받았다. 007 시리즈의 영화 판권은 영국 브로콜리 그룹과 미국의 제작사 유나이티드 아티스츠를 거쳐 MGM에 넘어갔지만 소니가 <007 카지노 로얄>을 만들면서 판권 분쟁이 벌어진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변호사 래리 스테인은 “서로간의 이해관계는 복잡하고 현실적인 타협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분쟁 대상이 그래픽 노블의 걸작인 <왓치맨>이니 소송 결과는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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