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물이 주룩주룩 지수 ★★★★ 심장이 두근두근 지수 ★★★☆ 관람 뒤 채식주의로 전향할 지수 ★★★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모습을 찾기 위해” 뉴욕을 프레임에 담는 사진작가 레온(브래들리 쿠퍼)은 어렵게 만난 미술품 브로커 수잔(브룩 실즈)에게 보기좋게 퇴짜를 맞는다. 극적인 타이밍과 추악한 진실이 부재했다는 수잔의 비평에 그는 날것 그대로의 도시를 찾아 밤거리를 헤매다 심야의 지하철로 향한다. 승강장 입구에서 한 무리의 치한들에게 둘러싸인 여자를 발견한 레온은 그 순간에도 셔터를 눌러 그 장면을 찍는다. 다음날 여자의 실종사건을 뉴스로 접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도리어 의심만 받고, 그 뒤 자신의 사진에 찍힌 수상한 남자 마호가니(비니 존스)를 찾아 미행을 시작한다. 그렇게 마호가니의 뒤를 쫓아 새벽 지하철을 전전하기를 며칠, 레온은 믿지 못할 도살행위를 목격한다.
새벽 2시, 인적이 끊긴 열차 안에서 한 남자가 졸고 있다. 덜커덩, 가벼운 진동에 눈을 뜬 남자는 이내 경악한다. 바닥에 흐르는 핏물에 놀라 도망치려고 하는 순간 미끄덩 넘어져 피범벅이 되고,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거대한 쇠망치가 남자를 가격한다. 영화의 첫 장면이다. 선혈이 낭자한 첫 장면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는 시종일관 서늘한 기운을 뿜어낸다. 도시의 낮은 푸르고, 밤은 어둡다. 캄캄한 지하를 헤치는 열차는 푸르스름한 형광등 조명에 겨우 의지할 뿐이다. 영화의 백미는 마호가니의 도살극이다. 희생자의 숨통을 끊은 도축자의 손놀림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다. 털을 깎고, 손발톱을 뽑고, 눈알을 꺼낸다. 내장이 제거되고 뼈와 살만 남은 인육은 가지런히 걸리는 것으로 준비를 마친다. 엄숙하고 숭고한 동시에 역겹지만 눈을 뗄 수 없다.
클라이브 바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은 단편소설이 허락한 상상의 여지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채운 공포영화다. 감독 기타무라 류헤이는 “자신의 갑갑한 길목에서 자행되는 잔인무도한 범죄에는 아랑곳없이 나태하고 시무룩한 모습”으로 묘사된 원작의 뉴욕을, 피비린내가 서서히 침범하는 정육점 냉동고 같은 모습으로 그려냈다. 채식주의자였던 레온이 거대한 비밀을 향해 다가섬에 따라 고기를 입에 댄다든지 거친 섹스를 시도하는 등의 행동 변화를 포착한 것 역시 장편영화로 탈바꿈하면서 이룩한 성취다. 지하철 입구나 푸줏간 등을 광각과 부감을 이용해 들여다보듯 연출한 장면들은 종종 위험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 유혹은 끈질기게 따라와 결말이 펼쳐지는 ‘도시의 심장’으로 관객을 이끈다.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묘사로 긴장을 유지하다 한순간 기괴한 반전을 선사하는 원작과 다르게 영화는 결말에 대해 친절하게도 몇 가지 단서를 던져준다. 냉기가 지나쳐 소름이 돋는 극장에서 스크린을 방패삼아 가슴 졸이려는 사람들에게 추천.
Tip/ 일본과 할리우드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기타무라 류헤이 감독은, 긴밀한 스토리 라인과 검투술 등의 액션으로 일본과 해외 일본영화 팬들에게 명성을 얻었다. <버수스> <소녀검객 아즈미 대혈전>이 대표작이며, <내일의 기억> <20세기 소년>(극장판)의 쓰쓰미 유키히코 감독과의 협업으로 유명하다. 쓰쓰미와 기타무라는 정해진 장소, 정해진 배우, 일주일을 기한으로 경쟁해 만든 듀얼프로젝트 <아라가미> <2LDK> 외에도 <잼 필름즈>를 함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