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클럽’이라고 하니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미리 말해두지만, 20세기 초 조선 청춘 남녀들이 한날한시 한데 모여 생을 저주하고 죽음을 결행했다는 보고서가 아니다. 지은이가 들춰낸 “근대 조선을 울린 충격적 자살사건”들은 제각각이다. 상하이의 무희 이상산의 죽음과 청상과부 윤영애의 죽음은 다르다. 평양 명기 강명화의 자살과 이화여전 문창숙의 자살은 다르다. 그래선지 처음에는 좀 심심하다. 무미건조한 사회면 1단 기사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의 개별적 죽음이 근대의 삶을 진술하는 가장 극적인 풍경임을 이내 깨닫게 된다. <경성자살클럽>은 근대 조선 남녀의 연이은 자살이 실은 전근대의 쇠사슬로 말미암은 은밀한 사회적 타살이었음을 차례대로 증명한다. 그리고 이 사회적 타살의 가장 큰 피해자가 여성이었음을 수차례 강조한다. 엘리트 소리 듣던 신여성, 모던 걸들도 구습 앞에서는 스스로 스러진다. “사연 하나하나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지은이가 털어놓듯이, <경성자살클럽>은 1백년 전 요란스러운 스캔들 모음집이 아니다. 21세기 테크놀로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전근대적 죽음은 끊임없이 강요되어왔으니 말이다. 근대를 들여다보는 지은이의 독특한 현미경에 흥미가 인다면, 전작 <황금광시대> <경성기담> <럭키경성> 등도 찾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