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15일부터 24일까지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의 주최로 제8회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이 열린다. 관습과 경계를 가로질러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는 다양한 실험적 영상들, 미디어, 공연 등이 미디어 극장 아이공, 쌈지 스페이스를 비롯하여 전시장, 문화카페 등지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는 미디어 크로스오버 축제를 표방하며 작품 상영뿐만 아니라,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와 초청밴드들의 공연이 포진된 개·폐막식(개막작은 권상준의 <투수, 타자를 만나다>, 폐막작은 조혜정의 <위대한 타자들>), 아시아 국제영상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는 ‘네마 구애전’, 미디어 전시 페스티벌인 ‘네마 놀이터’, 아시아 국제학술심포지엄인 ‘네마 공작소’, 그리고 야외무대 프로젝트 ‘대안시각 프로젝트’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은 흥미로운 기획들로 포진된 ‘네마 구애전’이다.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내 작가 10명의 비디오 아트, 실험영화들을 소개하는 ‘구애작가전’은 각종 영화제들을 통해 알려진 작가들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아우른다. 김경묵의 <나와 인형놀이>, 김숙헌·곽언영의 <모던한 쥐 선생과의 대화>, 조혜정의 <리틀 시카고, 동두천> 등이 눈에 띈다. 한편 ‘전세계 초청전’에서는 여성주의 애니메이션 작품전과 존 조스트, 사디 베닝 등의 비디오 일기, 비디오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해외 거장전이 준비되어 있다. 또한 ‘친구 열전’에는 대만여성영화제 특별전을 비롯하여 아시아 뉴미디어 실크로드전이 기획되어 있는데, 아시아 뉴미디어 실크로드전은 홍콩, 대만, 일본, 한국의 뉴미디어 아트 단체와 다양한 대안적 시각으로 작품 활동을 벌이는 작가, 기획자 등의 풍요로운 교류와 소통을 꿈꾸는 프로젝트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아시아 각국의 뉴미디어 작품과 책, 영상 등의 전시를 통해 아시아 뉴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할 것이다.
위의 기획들 이외에 ‘네마 구애전’이 가장 공을 들였을 ‘m장르 초청전’은 ‘미디어로 소수자를 기억하자-Media-Minority-Memory’는 슬로건에 초점을 두어 기획된 섹션이다. 말하자면 관념의 장르로 알려진 실험영상과 현실 한가운데에서 구체성으로 존재하는 마이너리티 문제를 접목하여 기존 실험영상의 폐쇄적인 범주를 넘어서겠다는 것이다. 영화제쪽에 따르면 ‘m장르’란 실험영상을 소수성들의 고유한 영상언어로 확장시키는 일종의 장르운동이다. 그러한 야심을 반영하듯, ‘m장르 초청전’에 모인 섹션들의 제목은 ‘영상시’, ‘비주얼퍼포먼스’, ‘미디어심포니’, ‘여성주의m혁명’, ‘B급 키치 시네마’, ‘디지털 미디어아트’, ‘원컷 장르’, ‘비디오 액티비즘’ 등으로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파악되지 않을 정도로 화려하고 다채롭다.
각 부문에 초청된 작품들의 목록도 그 내용이나 소재에 있어서, 혹은 작품의 인지도에 있어서 어느 한 범주로 묶기 불가능하게 구성되었다. 이를테면 영상시 부문에 초청된 김종관의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조수진의 <눈물이 생기는 경로>, 비주얼 퍼포먼스에 초청된 이윤정의 <오 사랑스런 나의 처녀>, 한받의 <당신은 공중에서 내려오지 마라>, 여성주의 m혁명에 초청된 김영란의 <언고잉홈>부터 B급 키치 시네마 부문에서 상영될 류승완의 <다찌마와 리>, 손재곤의 <너무 많이 본 사나이>, 장훈의 <불한당들> 등을 모두 상영하는 영화제의 정체성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의 영화제들에서 상영되었던 작품들을 새로운 범주하에서 혹은 범주에 대한 새로운 정의하에서 다시 보는 경험은 아마도, 이미 어떤 식으로든 규정된 그 작품들의 맥락을 또 다른 시각으로 읽어내는 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2008년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은 새로운 미디어 아트를 선보이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에게 ‘미디어 아트’라고 쉽게 지칭되는 장르를 세분화하고 그러한 세분화 속에서 새롭고 능숙한 기술력 대신, 새로운 정치성을 찾아내려는 자리다. 영화제는 그 의도를 “‘뉴미디어’란 테크놀로지의 New가 아닌, 내용과 쓰임에 대한 New입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수많은 가지들로 구성된 서울뉴미디어페스티벌의 산만함, 혹은 (이미 여러 번 세상구경을 해서) 더이상 새로울 것 없는 작품들과의 재회는 거기서 타자의 시선과 기억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신의 시간과 역사를 찾아내려는 관객의 능동성 없이는 분명 빛을 보기 힘든 것이다. 그러니 새로움을 발견하고 향유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새로움에 대해 사유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