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초, 영국의 조사기관 ‘도도나 리서치’는 2011년이 되면 러시아의 극장수입이 2배로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어쩌면 “러시아 영화산업의 정점”이 예상보다 빨리 도착할지도 모르겠다. <러시아필름비즈니스투데이>는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이하 러시아)의 2008년 상반기 극장수입이 전년대비 37.2% 증가했다며 러시아 박스오피스의 호황을 주시했다. 올해 초 5.6달러에서 6.9달러로 입장료가 오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관객 수가 증가하면서 극장수입도 늘어났다. 2008년 들어 판매된 티켓 수는 5600만장이 넘고, 매표수입은 3억8240만달러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이를 근거로 2008년 박스오피스 총수입이 최고 7억7천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해, 2007년 총수입인 5억6690만달러를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에서 올해 개봉한 영화는 모두 186편이다. 그중 77편이 100만달러 이상 흥행수입을 거뒀고, 4편은 700개 이상 스크린에서 와이드 릴리즈했다.
물론, 이런 성장을 러시아영화의 르네상스로 읽기는 힘들다. <원티드> <핸콕>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로 극장가가 호황을 누렸고, <다크 나이트>라는 다크호스도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행순위 상위 5편 중 맨 처음 두편이 자국영화라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1위는 <데이 워치> 시리즈를 만든 티무어 베크맘베토프의 <운명의 아이러니: 더 시퀄>이다. 2007년 12월 개봉한 이 영화는 첫 4주 동안 5030만달러를 벌어들여 러시아 박스오피스 사상 최고수입을 기록했다. 헤어진 남녀가 30년 뒤 다시 만나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로, 1970년대 방영된 TV시리즈에서 제목을 가져와 “더 시퀄”이 붙었다. 2위는 키릴 쿠진 감독의 패러디코미디 <더 베스트 필름>이다. 3위는 베크맘베토프의 할리우드 진출작 <원티드>가 차지했고, <핸콕> <쿵푸팬더>가 순서대로 그 뒤를 이었다. 러시아 박스오피스의 이 같은 성장 뒤에는, 10년 전과 비교해 10배 이상 늘어난 스크린 수와 매년 50~60편씩 만들어지는 자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을 30%로 지켜온 영화산업이 기반이 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