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로서 액션영화란 구분은 애매한 면이 있다. 모션픽처라는 말처럼 영화는 본질적으로 움직임을 담는 매체이기에 액션없는 영화를 찾기가 오히려 힘들다. 서부극, 갱스터, 쿵후영화, 무협영화, 전쟁영화 등 액션영화의 범주에 들어가는 장르가 광범위한 것도 그래서다. 편의적으로 생각하면 액션장면이 다수 포함된 영화를 액션영화라 부를 텐데 장르 융합이 일반화된 요즘엔 액션영화란 표현만으로 어떤 영화인지 짐작하기가 힘들다. 스필버그가 의료드라마 <ER>의 연출자 미미 레더를 <피스메이커>의 감독으로 발탁하면서 “왜 내게 액션영화를 맡겼냐”고 묻는 그녀에게 “당신이 <ER>에서 보여준 건 모두 액션이던데”라고 답했다는 이야기는 액션영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액션은 폭력의 정도가 아니라 장면의 충돌과 운동이 빚어내는 리듬이다.
한국 액션영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전망하는 특집기사를 준비한 계기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개봉하고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가 기대를 모으는 시점이라서만은 아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액션영화에 관한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도 참고가 됐고 세르지오 레오네와 두기봉의 회고전도 자극이 됐다. 레오네의 영화를 다시 보니 기억했던 것보다 액션장면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호금전과 장철의 무협영화를 거쳐 홍콩 액션영화에 상당한 영향을 줬던 그는 액션이 일어나는 장면이 아니라 액션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감독이다. 효과적인 음악이나 음향효과와 함께 극단적 클로즈업으로 대결하는 인물의 얼굴을 차례로 잡는 레오네 특유의 연출은 액션의 묘미가 움직임 직전의 정지 상태에 있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물론 이처럼 폭발 직전의 상태에서 긴장을 만드는 연출은 레오네만의 것은 아니다. 존 포드의 서부극이나 구로사와 아키라의 사무라이영화는 액션이 서스펜스에서 비롯된다는 걸 잘 아는 영화들이다. 그런가 하면 두기봉의 액션영화들은 보면 볼수록 등장인물들의 동선을 어떻게 만들어냈는지 감탄하게 된다. <대사건>의 액션장면을 보면 인물의 위치와 공간이 분명해서 복잡한 상황에서도 인물이 어떻게 등장해서 어떻게 퇴장하는지가 한눈에 제시된다. 헝클어진 실타래가 매듭 하나를 풀자 깔끔하게 정리되는 듯한 두기봉 액션의 마술은 왜 그가 최고로 손꼽히는지 깨닫게 한다.
이번 특집을 보면 한국에도 레오네나 두기봉이 나올 만한 액션영화 전통이 있었다. 주류 장르로 한 시대를 풍미했고 70~80년대 한국영화의 침체기와 함께 역사적 단절을 맞이했다가 90년대 이후 조폭영화라는 하위장르를 통해 주류에 복귀했다. 물론 주류로 있던 시기는 길지 않았다. 조폭영화가 조폭코미디로 패러디되면서 액션영화의 입지는 줄어들었고 이제는 <놈놈놈> 같은 블록버스터나 <거칠마루>나 <도시락> 같은 독립영화로 양분되는 특이한 상황을 맞고 있다. 액션에 애착을 가진 영화인들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장르로서 액션영화의 안정적 생산체제를 갖추길 희망하는 것이다. 기사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열정을 함께 느껴보시길.
P.S. 객원기자 모집에 160명이 지원했고 김성훈, 이주현, 박성렬씨 등 3명을 뽑았다. 김성훈씨는 ‘김이쁨 주부의 영화읽기’라는 <씨네21> 블로그의 주인장이고 이주현씨는 대학원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하고 있으며 박성렬씨는 대학 학보사에 다니는 88년생 젊은이다. 객원기자 모집에 이어 취재기자 모집공고를 내게 됐는데 경력과 의욕을 모두 갖춘 분들이 지원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