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독들이 아이들과 놀아주기 위해 뭉쳤다. 환경단체인 맑은지구문화사업단이 주최하는 반딧불문화캠프가 이들의 놀이터다. 보육원과 다문화가정, 새터민의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는 이 행사는 오는 10월11일부터 한달간 열릴 반딧불영화제를 통해 아이들의 눈으로 본 환경을 담아낼 예정이다. 지난 7월5일 열린 출범식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세계 최초의 어린이 환경영화제’다. <포도나무를 베어라> <괜찮아, 울지마>를 연출한 영화감독이자 반딧불영화제의 공동집행위원장인 민병훈 감독은 “사업계획서상의 타이틀일 뿐 그렇게 큰 목적을 가진 행사는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로 아이들과 지속적인 교류를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반딧불영화제는 맑은지구란 단체가 출범하면서 기획된 행사다. 어떻게 결성된 단체인가. =단순한 동기였다. 환경문제의 주범은 인간이지 않나. NGO만큼은 아니어도 환경에 대한 의무와 책임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져보자는 거였다. 특히 지금의 아이들을 괴물로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들이 있었다. 환경의 중요성을 알려주되, 주입식이 아니라 꾸준히 놀아주면서 교류해보자는 의도에서 출범한 단체다. 영화감독들 외에도 순수 자원봉사자와 기업인, 작가, 미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영화제까지 기획하게 된 데에는, 아무래도 영화인들의 역할이 컸을 것 같다. 아이들과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기획은 어떻게 한 것인가. =신작을 준비하면서 대구에서 벌어진 초등학생들의 성폭력사건을 취재한 적이 있다. 그 안에서 벌어진 일들이 어른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포르노를 따라했다고 알려졌는데, 그만큼 더이상 요즘 아이들에게는 만화영화나 동화라는 게 의미가 없어졌다. 이건 대구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이 처한 상황이라고 봤다. 학교에서는 미술이나 음악, 체육을 가르치지만 그래도 아이들은 게임이나 영상에 더 깊이 빠진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주고, 편집을 가르치면서 주변의 환경과 가족을 찍어보게 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만의 영상문화가 생겨날 거라 생각했다.
-전국의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가. =일단 캠프의 대상자는 문화소외지역의 아이들이다. 보육원이나 다문화가정처럼 정규교육을 받기가 힘든 아이들을 중심으로 시작해 점차적으로 넓혀갈 계획이다. 하지만 영화제에는 일반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작품을 공모할 것이다. 동물과 식물, 가족, 꿈에 대한 주제로 나눠서 응모를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게 경쟁을 시키는 행사는 아니다. 문화소외지역의 아이들에게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잘 만들 수 있구나’하는 용기를 갖게 하는 게 목적이다. 아이들에게 영화감독의 꿈을 갖게 만들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어떤 감독들이 참여했나. =우선은 출범 초기라 내 주변의 지인들을 주로 참여시켰다. <바보>를 연출한 김정권 감독이나 송일곤, 권칠인, 봉준호 감독 등이 있고 노경태, 김태식 감독 등도 참여한다. 참여하겠다는 배우들도 많이 있었는데, 우리가 이런 걸 한다고 잘난 척하는 것 같아서 일단 묻어놨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