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사랑하지만 그녀를 잊지 못하겠습니다.
“우리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우린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 입니다.”“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가톨릭 신학대학생인 수현(서장원)은 여자친구 수아(이민정)와의 관계를 끊고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 다시 한번 신학교 생활에 충실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아가 보낸 청첩장과 십자가 목걸이가 배달되온다.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자 동기인 강우에게 의지하려는 수현은 강우가 신학교 대나무 숲으로 가는걸 발견하고 뒤따라갔다가 숲 속에서 새끼 강아지를 발견하고 몰래 방안에서 키우게된다.
그러나 며칠 못가 강아지가 아프자 수현은 강아지가 처음 발견했던 곳에 십자가 목걸이와 함께 강아지를 버리게 되고 갑작스레 강우가 신학교를 그만두려하자 수현은 또다시 마음이 흔들린다.
그때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수현은 집에서 어머니와 하룻밤을 보내게 되고 신학교로 돌아가는 기차역에서 수아와 닮은 여자를 발견하고는 무작정 수아를 찾아간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먼저 떠나버린 수현이 갑자기 수아앞에 나타나자 화가난 그녀는 다시는 자기 앞에 나타나지 말라며 모멸차게 돌아선다.
신학교로 돌아온 수현은 학장신부에게 성직자의 길을 그만두겠다 털어놓지만 평소 수현을 아끼던 학장신부는 수현에게 수도원 피정을 권유하고 수현은 수도원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문신부(기주봉)와 수련수사 정수 등과 함께 새로운 생활을 하던중 뜻밖에 수도원 안에서 수아를 닮은 헬레나 수녀를 만나 다시한번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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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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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에 이은 민병훈 감독의 세번째 작품more
마침내, 두려움에 관한 3부작을 끝내다.
“<벌이 날다>는 화장실을 땅 아래로 파들어가는 이야기이고 <괜찮아 울지마>는 산으로 올라가는 이야기이며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하늘과 교감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세 작품 모두의 공통점은 두려움이다.”
가난한 한 가장의 두려움을 담은 <벌이 날다>는 부자인 옆집 남자에 대해 질투심을 가진 주인공이 자존심이상해 그로부터 도망가지만 그보다 더 힘있고 권력을 가진 검사 앞에서는 오히려 그를 피하지 않고 직면하게 된다. 그래서 그 집앞에 화장실을 파는 것으로 인해 검사에게 평생 인분 냄새를 맡고 살게 하려는 시련을 준다.
<괜찮아 울지마>는 도박에 빠져있던 한 젊은 남자가 빈털터리가된 채 빚쟁이에 쫓겨 고향으로 돌아온다.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로 잘못 알려진 그는 거짓말로인해 두려움에 직면하게 되고 산으로 올라가지만 결국 동네를 떠나게 된다. <벌이 날다>, <괜찮아 울지마>는 우리가 잘 모르는 중앙아시아의 가난한 나라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촬영되었다.
그리고 4년뒤 민병훈 감독은 제 3국이 아닌 한국에서 국내배우들과 함께 마침내 3부작을 완성한다.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보기힘든 종교와 사랑이라는 소재로 두려움에 관한 또다른 이야기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완성한 그는 깃털처럼 가볍게 대중 앞에 다시 돌아왔다.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좋은 신부가 되려는 한 신학대학생이 사랑하는 여자와의 관계를 끊지 못하고 두려움에 닥쳤을 때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내용의 사랑이야기로 대중적 감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광주 가톨릭 대학, 성베네딕도 요셉 수도원
한국영화 최초로 영화의 문을 개방하다.
<포도나무를 베어라>를 보면 실제 가톨릭 대학교와 수도원, 공소 등이 나온다. 영원히 열리지 않을거 같았던 성역 같은 그곳이 마침내 영화 촬영을 위해 문을 열어준 것이다. 그것도 신학생의 사랑을 담은 이야기에 말이다.
작품을 기획하며 전국의 가톨릭 대학교와 수도원 등 안가본곳 없이 발품을 팔아가며 헌팅을 한 민병훈 감독은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지만 처음부터 장소 사용 불가라는 벽에 부딪치며 수없이 많은 난관을 겪어야만 했다.
세트장을 짓거나 혹은 아무 대학이나 가서 촬영해도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 민병훈 감독은 실제로 그 장소에서 촬영하길 원했다. 민병훈 감독은 영화를 하는한 변하지 않는 것중 하나가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었고 결국 그의 의지가 신에게 통해 국내 최초로 영화의 문을 개방했다.
신학교는 광주 가톨릭 대학에서 촬영되었는데 처음엔 주교 다섯분 모두가 반대를 했고 설득끝에 세 사람의 허락을 받아내 겨우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남양주에 있는 성베네딕도 요셉 수도원을 섭외하는데에는 일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으며 성당을 섭외하기 위해 1,000여군데를 돌아다니다 나주에 있는 글라렛 수도원의 한 성당에서 몰래 촬영하기도 했다. 고가의 미술품들이 즐비한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촬영 또한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국립미술관에서의 촬영중 조명기 하나라도 넘어져 작품을 손상시키는건 아닐까 싶어 수억원이 넘는 조각상 앞에는 그것만 따로 지키고 있는 전담 스텝을 두기도 했으며 남양주에 있는 성베네딕도 수도원에서 늦은 밤 수도원안에 조명기를 켜자 수도원과 수녀원 전체가 난리가 난적도 있었다. 수도원 안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결국 그곳의 신부님과 수녀님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이방인, 낮선 곳에서 영화의 영감을 얻다.
알고보면 재미있는 <포도나무를 베어라> 탄생 비하인드 스토리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민병훈 감독의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되었다.
천주교 신자인 민병훈 감독은 신학대학을 지원했지만 본인의 바람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것도 두번이나. 그리고 그는 군대를 다녀온 후 러시아 국립영화대학으로 유학을 떠났고 유학생활 중 아르메니아 공화국으로 여행을 떠나게된다.
1910년~1920년대 세계적인 거장 감독이었던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의 생가를 찾아가보겠다는 목적으로 중앙 아시아의 가장 문명이 발전되지 않은 그곳에서 이 동양의 낮선 이방인은 마치 예수처럼 가는곳마다 어린아이들이 신기한듯 그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다.
그러던 어느날 그곳의 한 여인숙에 머물게된 민병훈 감독은 그날 밤 늦게 한 노파와 아주머니가 찾아와 그를 어디론가 데려간다. 영화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에 나오는 좁은 길을 따라 어느 집에 다다른 민병훈 감독은 50대 정도의 한 남자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거의 죽기 직전의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에게 기도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사람에게 기도를 해달라니 너무 어이없고 황당했지만 워낙 외국인의 방문이 낯선 곳이었고 그래서였는지 기도를 해달라는 그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 남자는 오전에 그에게 차를 태워줬던 사람이었다.
그 남자는 민병훈 감독을 보는 순간 자신은 아르메니아의 ‘나’이고 한국의 ‘나’ 는 민병훈이다. 우리는 같은 이중인물이라는것이였다. 같은 영혼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서 아프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기도를 부탁한 것이다. 납득할 수 없었지만 기도를 해주었고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 나왔다.
다음날. 다시 그의 가족이 찾아와 한번 더 집에 가달라는 부탁에 그는 두려움을 느꼈고 마을을 도망치듯 빠져 나왔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창조적으로 다시 변형시켜 수아와 헬레나 수녀를 1인 2역으로 하여 동일 인물을 만들어냈고 기이한 체험을 판타지가 아닌 리얼하게 표현하려고 했고 마침내 그의 세번째 작품 <포도나무를 베어라>가 탄생하였다.
INTERVIEW
시간은 스스로를 생략한다.
그들과 함께 했던 삶은 얼음 조각과 같아
현재로 옮겨오는 동안 차차 녹아버리고 만다.
- 민병훈 감독
Q: 수현과 수아가 청량리역에서 이별을 하는 것이 첫 장면이다. 수아는 기차를 올라타고 수현은 결국 타지 않는다. 왜 그랬는지, 어떤 장면이 생략된 것인가?
A: 영화의 오프닝이자 수현의 갈등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아마도 둘은 함께 여행을 떠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현이 수아를 발견하고 돌아서게 된다. 계획적인 것이 아닌 순간적인 행동이었다. 수현에게 수아는 순간 두려운 대상이었던 것이다.
서로 만나면 너무나도 마음이 편하고 잘 통하는 두사람. 그러나 신학대학에 다니는 수현은 단지 친구로써 만나오던 둘의 관계가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왜 이러지' 라는 마음이 생기게 되고 이겨내려 노력한다. 그러나 의지는 크지만 감정적으로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등의 증폭이 나타나며 영화는 출발한다.
Q: 수현이 방안에서 포도를 그리는 의미는 무엇인가?
A: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끊어질듯 말듯한 가지가 더 있다. 마치 싱싱한 포도알 하나만 더 그리면 떨어져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이 수현의 갈등과 흔들림을 표현해내려는 의도였다.
Q: 강우와 수현이 옥상에서 “숨기는 것 없냐”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대사의 의미는 무었인가?
A: 강우와 수현은 신학생으로서 고민과 갈등을 같이 가지고 있다. 수현은 강우의 비밀을 캐려하고,도와주려하지만 실상은 강우에게 의지하고 싶은 것이다. 이러한 고민과 갈등에 대해서 강우는 묻어두려고하고 수현은 발산하고자 하는데 못하고 있는 것이다.
수현은 강우를 통해서 함께 고민을 공유하고자 하고, 동일시하고자 한다. 수현의 생각에 어렴풋이 자신이 주은 강아지가 강우의 것인 것 같은데, 공유를 못하고 있다. 서로 “숨기는 것이 없냐” 며 끄집어 내려고 하지만 보여주지 않는다.
강우의 엔딩은 수현이 떠나는 것과 동일시 할 수 있다. 둘은 신학생으로서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으며,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 같이 한숨을 쉬어 줄 수 있는 무엇이 있다. 수현은 그것을 공유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Q: 수현이 집에 갔다온 후 학교 식당에서 생각하는 장면중 자신의 방이 텅 비어있고 다른 친구들의 방 역시 비어있다. 그러나 강우가 혼자 있고 강우는 “넌 가라면 갈 수 있어? 멈추라면 멈출 수 있어?” 이러한 장면과 대사의 의미는?
A: 강우의 대사는 정확한 해석이 없고,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이 영화의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강우 입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수현이 자신에게 던지는 고민이기도 하다. 이러한 수현이 내면의 말을 강우의 입을 빌려하는 이유는 강우는 멈추라고 하면 멈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Q: 외국인 신부가 수현에게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은 심각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깃털 처럼 가벼워된다고 말하는데 그 말의 의미는 무엇인가?
A: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은 심각해선 안된다라는 말이있다. ‘깃털처럼 가볍게!’ 는 이 영화의 주제이며,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결코 무거운 영화가 아닌 대중들에게 쉽게 소통될 수 있는 작품으로 다가갔으면 한다.
Q: 외국인 노동자 출신 다니엘라와 정수의 사랑 장면을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
A: 외국인 노동자 출신의 인물을 다뤄보고 싶었다. 불법체류를 하는 외국인들은 항상 언제 잡혀갈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난 그런 사람들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다. 정수와의 사랑. 인간으로서 구원받고 사랑으로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 둘은 정말 진심으로 사랑한다. 신은 그들에게 더 큰 시련을 주지 않고 그 둘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이다.
Q: 수도원에서 목걸이를 다시 풀어 머리맡에 두고 시계를 풀어 시계를 본다. 어떤 의미가 있는 장면인가?
A: 두가지 의미이다. 목걸이를 벗어던지고 새롭게 신학교 생활을 다시 할것인가? 아니면 도망칠것인가. 그리고 기차 안에서 시계를 본다. 시간이 멈추고 과거가 멈추고 현재가 멈추고 미래가 멈춘다. 그리고 나서 현장음이 들리면서 수현은 미소인지 모를 표정을 짓는다.
분명 관객들은 이장면을 보고 불친절한 영화라고 생각할것이다. 친절한 영화는 많다. 그러나 이 장면은 최대한 값어치 있는 장면이고 생각할 여지를 준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나의 영화 방식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있다면?
A: 영화는 예술이다. 우리는 예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관객 수에 따라 영화의 질을 평가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절대 저예산, 독립 영화가 아니다. 난 주어진 예산을 가지고 한씬 한씬 정말 최선을 다해 촬영했다. 열심히 했기에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하지만 스텝들에게 많은 희생을 강요한게 아쉬울 뿐이다. 그런 분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다. 그러려면 영화가 잘 되는 수밖에. 지금은 주변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너무나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