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의 주유는 매우 전형적인 스타일의 영웅이다. 마음에 드는 다른 캐릭터로 조조를 꼽았다. 이유가 뭔가. =그가 갖고 있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그는 도덕률과 같은 어떤 규칙에 구속되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주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하면 얼마나 짜릿할까, 얼마나 흥분될까 싶었다. 내가 보기에 주유는 매우 완벽한 사람, 정면의 얼굴만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워낙 해보고 싶은 인물이었는데 사실 이번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베이징어라는 언어의 장벽 때문에 준비기간이 부족해서 어려웠을 것이다. 어쨌든 내가 조조를 했으면 관객에게도 신선함과 궁금증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의외의 조합이라고 여겼을 것 같다.
-오우삼이 해석한 <삼국지>는 어떤 것인가. =마찬가지다. 감독이 바라보는 <적벽대전>은 <삼국지>에 대한 매우 정면적인 시각의 영화다. 단결, 용기, 우정. 이런 덕목들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삼국지>를 그렇게 다룬 영화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상대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금성무와는 여러 작품을 함께했고 장첸과는 소속사가 같은 걸로 알고 있다. =장첸을 처음 만난 건 1996년이다. <해피 투게더>를 함께 찍었다. 그 뒤로 10여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그 사이 정말 훌륭하게 자랐다는 걸 느꼈다. 마냥 소년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점점 성장해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기분이다. (웃음) 금성무와 같이 한 첫 작품은 <중경삼림>(1994)인데 그땐 출연장면들이 아예 달라서 만날 일이 없었다. 제대로 알게 된 건 <상성>(2006) 때다. 워낙 진솔한 사람이다. 연기를 함께하면서 편안한 기분을 많이 느꼈다. 자기 생각을 많이 얘기하고 토론하는 걸 좋아한다. 생각이 많은 배우다.
-차기작으로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국내에 알려진 제목은 <엽문전>)를 준비 중이라고 알고 있다. 이소룡의 사부 엽문을 다룬 영화라고 하던데, 이소룡에 대한 영화도 아직 없는데 그 스승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는 점이 흥미롭다. =왕가위 감독과 이 작품에 대해 오랫동안 얘기를 같이 해왔다. 중요한 건 이 인물에 굉장히 재미를 느꼈단 점이다. 계기가 된 건 엽문의 아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을 때다. 우연한 기회에 그렇게 됐는데 그에게서 들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지금까지 왕가위 감독과 많은 작품을 해왔는데 모두 비슷한 느낌의 영화들이었다. 우리 둘 다 이번에는 정말 새로운 걸 해보자고 얘기했다. 아니면 사람들이 더이상은 왕가위와 양조위가 함께하는 영화에 신선함을 느끼지 않을 테니.
-체력 보강이 끝나면 영춘권과 같은 무술 훈련에 들어갈 거라고 하던데 걱정도 되겠지만 기대도 클 것 같다. =많이 기대하고 있다. <색, 계>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캐릭터를 준비할 계획이다. 걸음걸이나 자태, 목소리, 체형 같은 것을 모두 연습해서 바꿀 생각이다. 나는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그걸 오랫동안 지켜봐온 관객은 나의 똑같은 모습에 얼마나 질리겠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