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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우삼] “주유와 제갈량은 끝까지 마음이 통했다고 본다”
주성철 사진 오계옥 2008-07-08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의 오우삼 감독 인터뷰

-<첩혈속집>(1992) 이후 거의 15년 만에 홍콩영화계로 복귀한 것은 물론,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이하 <적벽대전>)은 당신의 첫 번째 베이징어 영화다. =홍콩 시절 나의 모든 영화는 광둥어 영화였다. 70년대 이전에는 대륙 영화인들이 홍콩에서 활발히 활동하면서 베이징 표준어 영화가 대부분이었지만, 내가 활동을 시작했던 70년대 이후부터는 다시 광둥어가 주도권을 쥐었다. 그래서 <적벽대전>도 광둥어로 만들면 내가 직접 시나리오를 쓸 생각도 있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말하자면 할리우드에서 영어와 부딪혔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월이 지나 고향에 돌아와서도 다시 언어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웃음) 그래도 별 문제는 없었다. 아시아영화는 아시아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원칙이 더 중요하다.

-앞서 만들어진 <삼국지: 용의 부활>에서 당신과 당신의 스승 장철 감독이 아꼈던 적룡이 관우로 출연했다. 섭섭하지 않았나. =사실 <삼국지>를 영화화한다면 유덕화 역시 그 누구라도 탐낼 배우다. 어떤 역할이든 쓰고 싶은 배우 아닌가. 적룡 역시 섭섭했다기보다 그냥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적룡이 탐나는 배우라 오나라의 황개 장군으로 캐스팅하려 했다. 그럼 두 영화에서 서로 다른 캐릭터로 등장한 유일한 배우가 됐을 것이다. (웃음) 나는 젊은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쓰면서 나이 든 장수들로는 옛 장철과 내 영화의 주인공들이었던 적룡, 강대위, 이수현, 악화 모두를 캐스팅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출연배우들이 많다보니 예산이나 스케줄 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그랬다면 정말 감동적이었을 것이다. 나는 말할 것도 없고 다들 옛 장철 감독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시절을 늘 그리워하는 사람들이니까.

-장철 감독의 연출부로 있으면서 <수호전>(1972), <자마>(1973) 같은 대작 시대극에 참여했다. 특히 <수호전>에서 강대위가 연기한 연청은 여러모로 <적벽대전>에서 당신이 묘사하는 주유와 유사하다. =동의한다. 게다가 홍콩 사람들 대부분이 얘기하는 것처럼 강대위와 양조위는 외모도 흡사하다. 연청과 주유 모두 자신이 섬기는 사람(노준의와 손권)에 대해 끝까지 신의를 지켰고, 남성적 매력이 넘치면서도 악기를 잘 다루며 풍류를 즐겼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수호전>에서는 연출부 세컨드, <자마>에서는 퍼스트를 맡았었다. 생각나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과거에 나는 배우에 대한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실제로 적룡, 강대위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으로 장철 감독님 영화에 출연하기로 돼 있었다. 그때 잘됐으면 아마 전업배우가 됐을지도 모른다. (웃음) 그런데 장철 감독님이 “쟤는 배우가 아니라 연출을 해야 할 친구”라고 극구 반대하셔서 출연이 무산됐었다. 게다가 당시의 나는 실험영화와 예술영화에 심취해서 액션영화와는 전혀 거리가 멀었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렇게 된 건 모두 장철 감독님 덕분이다. <수호지> 역시 <삼국지>만큼이나 영화화하고 싶은 작품이고, 장철 감독님 영화 중에서는 <금연자>와 <복수>를 꼭 리메이크해보고 싶다. 아, 또 하나 일화를 소개해도 되나? (웃음) 내가 미국으로 건너간 뒤 장철 감독님께서 돌아가시기 전 나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서양의 기술로 찍되 동양의 정신을 넣어라”라고 하셨고 늘 되새기고 있는 얘기다.

-주유와 제갈량이 음악으로 동맹을 맺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우정을 그리는 데 있어 백 마디 말보다 그런 음악적 교류를 좋아한다. 나 역시 재즈 연주를 좋아하는데 음악으로 마음이 통하는 그런 순간과 느낌이 좋다. 제갈량이 음악으로 전쟁에서 패한 고통과 고독을 얘기했다면, 주유는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제갈량에게 용기를 준다.

-당신의 액션 연출은 슬로모션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적벽대전>은 사실성에 무게를 두는 방식을 취했다. =왜냐하면 전쟁의 참혹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내가 선호하는 그런 유의 액션연출법을 적용하는 데 좀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 장면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서로 죽고 죽이는 잔인함을 묘사하고 싶었다. 그래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겨울에 공개될 후편에서는 당신이 기대하는 꽤 많은 슬로모션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규 무술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원규와는 내 데뷔작인 <철한유정>(1973)에서 함께한 적이 있다. 참 오래전이다. 원래 <과객>이라는 제목이었는데 골든하베스트로 넘어가면서 <철한유정>으로 바뀌었다. 원규와 성룡이 공동 무술감독이었는데 원규가 17, 18살 때였으니 성룡은 아마 15살쯤 됐을 거다. 개인적으로 특별히 선호하는 무술감독은 없다. 홍콩에서 다른 감독들과 달리 두세 작품 연달아서 함께한 무술감독이 없다. 정소동, 곽추 등 그때그때 다 달랐다. 그걸 내 액션연출법이라 해도 될 것이다.

-후편에 대한 소개를 해달라. =우정과 배신은 함께한다. 배신 속에서 우정은 더 단단해진다. 중요한 건 모두가 원작의 전개를 알고 있고 촉과 오의 연합이 결국 어긋난다는 사실이다. 그 사이에서 조조의 속내도 나온다. 촉과 오는 갈라서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나는 정치적 관계일 뿐이고 주유와 제갈량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마음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후편도 역시 우정에 관한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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