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33살 싱글 뉴요커 제인 헤이즈에게는 민망한 비밀이 있다. 바로 <BBC> 드라마 <오만과 편견>의 “젖은 셔츠 차림의 콜린 퍼스/다아시 환상”이다. 이런 제인을 궤뚫어본 대고모는 18세기를 재현한 영국의 ‘제인 오스틴 테마파크’ 휴가상품권을 유산으로 남기고, 제인은 그곳에서 3주간 ‘어스트와일양’이 되기로 결심한다. 테마파크에서 배우들과 가상이지만 로맨틱한 연애를 하고 다아시 환상을 정리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어스트와일양’의 신경을 자극하는 ‘노블리씨’와 가짜 세계에 숨이 막힌 제인 앞에 정원사 마틴이 나타나면서, 환상과 현실에 대한 갈등은 계속된다. “오스틴 작품들에 대한 오마주”라는 평이 어울리는 <오스틴랜드>는 연애의 환상에 대해 발랄하게 풀어낸 소설이다. 백마 탄 왕자보다도 비현실적인 다아시 환상에서 벗어나려는 제인의 노력은 꽤 현실적이다. 이상형과 현실남 사이의 불공평한 타협은 종종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스틴랜드>는 환상을 탓하지 않으면서 현실에 발딛고 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소설이 칙릿보다는 싱글 여성을 위한 성장담으로 읽히는 이유기도 하다. 당신의 오스틴 레벨이 높다면 <오만과 편견>(TV), <맨스필드 파크>, <비커밍 제인> 등을 참고한 장면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오스틴을 몰라도 제인의 과거 남자친구들을 향해 혀를 차는 재미는 보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