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 낙후, 현대와 과거가 같은 공기를 흐르는 천의 얼굴을 가진 나라. 베이징은 올림픽 열기가 뜨겁고, 쓰촨은 구호의 열기가 뜨겁다. 중국 문화의 복잡한 단면들을 보여주는 영화들에서 해당 문화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중국이 내게 말을 걸다>는 관련된 지역, 음식, 사건, 전설 등을 징검다리로 놓아 중국 문화라는 거대한 강을 독자가 한 걸음씩 따라서 건널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계된 책이다. 베이징의 명물 경극은 <패왕별희>로, 자전거가 생활화된 대도시 풍경 속 농공민의 서글픈 하루살이는 <북경 자전거>로 읽는다. 1997년 홍콩 반환 뒤 불안했던 분위기를 <중경삼림>을 통해 들여다보고 <첨밀밀> 속 인연의 매개였던 중화권 최고 인기 가수 등려군이 퇴폐음악으로 규정돼 본토에는 한번도 갈 수 없었다는 웃지 못할 비사도 한 자락 들려준다. 1930년대 상하이를 재현하는 복고풍을 언급하며 <완령옥>과 <색, 계>를 거울 삼아 20세 초 중국 여성의 초상을 비추기도 한다. 체면이 목숨보다 중한 중국인의 기질은 물론 정치, 경제 등 민감한 부분도 잊지 않았으니, 영화로 떠나는 말랑한 여행기라고 속단하지는 말자. “량차오웨이”, “떵리쥔” 등 원음에 가깝게 쓰인 표기법이 어색할 수도 있지만, 그마저도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