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이 거대한 횃불로 바뀐 지도 이미 오래다. 온 사회의 관심과 열정이 이 문제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도 과연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 갈까. 촛불집회에 참여하느라, 또 ‘세상이 이런데 무슨 영화냐’라는 분위기 속에서 관객이 극장을 찾지 않을 거란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까지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촛불집회가 시작된 5월2일부터 6월4일까지 전국 극장 관객 수는 1353만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35만여명에 비해 오히려 늘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커다란 차이는 못 느낀다”는 CGV 관계자의 이야기 또한 비슷한 분위기를 전한다.
그렇다고 촛불집회와 극장 관객 수의 관련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지난해 그 기간에 상영된 <아들> <밀양> <스파이더맨 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등에 비해 올해의 <비스티 보이즈>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아이언맨> <테이큰> 등이 흥행력 면에서 훨씬 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관객 수가 18만명밖에 늘지 않았다는 사실은 촛불집회가 극장가에 어지간한 영향을 끼쳤음을 예상케 한다. 특히 5월29일의 장관고시 이후 5월30일부터 집회가 격렬해지면서 관객 수는 크게 줄었다. 5월23일부터 25일까지의 주말 전국 관객 수는 216만여명이었지만 5월30일에서 6월1일까지 주말 관객은 166만여명에 그쳐 23.2%나 감소한 거다. 물론 <인디아나 존스…>가 개봉했던 5월23일 주말에 비해 <라스베가스에서만 생길 수 있는 일>이 개봉한 5월30일 주말의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약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예매사이트 맥스무비 관계자는 “<걸스카우트> <쿵푸팬더> <섹스 앤 더 시티>가 개봉하는 6월6일 주말의 관객 수는 촛불집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장 큰 ‘피해자’가 있다면 5월30일부터 6월5일까지 열린 독립영화축제 인디포럼이다. 독립영화 관객과 촛불집회 참가자의 교집합이 상대적으로 큰 탓에 예년에 비해 훨씬 적은 수만이 이 행사를 찾았다. 그런데도 인디포럼쪽은 “그리 나쁜 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양해훈 감독은 “독립영화 행사를 늘 찾는 관객이나 감독들을 극장에서 만나지 못해 아쉬웠지만, 결국 집회장에서는 만날 수 있었으니까”라고 말한다. 이번 사태가 더 장기화되고 확대되면 이 같은 상황은 상업영화쪽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어쩌면 한국 영화인 모두가 다음과 같은 피켓을 들고 집회에 참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소고기 재협상해서 한국영화 살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