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칭 애니메이션 마니아라 자부하는 사람도 미국과 일본 외에 다른 나라의 애니메이션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직접 접할 기회도 적거니와 그 정보를 얻을 창구가 전무하기 때문. 미국과 일본의 소소한 단편애니메이션 제작 소식까지 얻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그 못지않은 애니메이션 강국인 프랑스와 체코 등의 신작 정보를 얻기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전세계 애니메이션 거장 15인과의 인터뷰를 모은 <상상에 숨을 불어넣다>는 애니메이션과의 소통의 폭을 넓힐 수 있는 반가운 서적이다. <월레스와 그로밋>을 만든 영국의 닉 파크, <나무를 심는 사람>을 만든 프레데릭 벡같이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거장부터 르네 랄루, 폴 그리모, 라울 세르베, 얀 슈반크마이에르, 이지 바르타 등 세계 애니메이션사에 큰 획을 그은 감독이지만 소통의 제한 탓에 우리에게 생소한 거장들까지. 그들이 어떻게 잠든 이미지를 깨워 숨을 불어넣었는지에 대한 미장센을 생생한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다. 애니메이션 지망생들의 참고서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이론적으로 충실하지만 거장들의 숨겨진 뒷사연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프레데릭 벡이 실제로 나무를 몇 그루나 심었는지, 르네 랄루가 그의 야심작 <간다라>를 왜 북한에서 만들었는지 등 저자인 오노 고세이의 발로 뛰는 취재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거장들의 소중한 속사정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