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이뤄진 건 한국영화가 돈을 만들어냈거나 돈이 되리라는 기대를 자아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외화에 돈이 몰리는 상황 또한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3월 외화에 주로 투자하는 영상펀드 한화제2호데이지문화콘텐츠투자조합(100억원)이 결성됐고, 5월 비슷한 성격의 80억원 규모의 우리들-케이디미디어 영상투자조합이 결성된 것도 ‘외화가 돈을 만든다’는 명제에 기반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몇몇 수입사와 기존 투자·배급사들도 펀드 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투자는 배급으로 연결된다. 배급수수료 수익으로 매출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까닭에 펀드를 결성한 수입사들은 배급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들-케이디미디어 영상투자조합의 케이디미디어는 이미 지난해 말 배급사업에 뛰어들었고, 한화제2호데이지문화콘텐츠투자조합의 데이지엔터테인먼트도 배급업 진출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영화 수입업에 진출했던 성원아이컴 또한 최근 배급업을 선언했다. 성원은 하반기 중에 10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런데 외화는 정말로 돈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색, 계>와 <테이큰> 같은 ‘초대박’과 <스텝업2: 더 스트리트>나 <미스트> 같은 ‘중·대박’을 생각해보면 외화 흥행은 호조임에 틀림없다. 외화의 또 다른 장점은 자금회전율이다. 보통 한국영화가 투자에서 회수까지 1년 이상 걸리는 데 비해 외화는 아무리 길어도 6개월 뒤면 돈을 되찾을 수 있다. 설사 손해가 난다 해도 빨리 ‘털어낼 수 있다’는 점은 돈 굴리는 입장에선 대단한 메리트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외화 전성시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른 느낌이다. 영화를 수입할 돈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짐을 의미한다. 칸영화제 마켓에서 한국 수입업자들이 벌인 가격올리기 경쟁의 이면에는 이처럼 풍부해진 자금이 자리한다. 뜨거워진 경쟁 속에서 원하는 영화를 잡으려면 시나리오 단계에서 붙들어야 하는데 이 경우 리스크는 더 커진다. 과거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입하더라도 배급만 잘하면 손해볼 게 없지 않냐고? 그렇지도 않다. 배급사가 늘어나면 그만큼 한번에 개봉되는 외화 편수 또한 많아진다. 당연히 스크린을 잡기 위한 외화들의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외화에 대한 과열경쟁이 2~3년 전의 한국영화 거품과 유사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예전보다 많은 외화가 선보이니 대박나는 작품 수는 많아지겠지만 쪽박 찰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한국영화건 수입영화건 돈 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