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출몰 지수 ★★★★ 귀신 비주얼 지수 ★☆ 반전 충격 지수 ★★
타이 공포영화는 이미 한국 관객에게 낯설지 않다. <셔터>(2005)와 <샴>(2007)은 말초적 자극에 질린 한국의 호러 팬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됐다. 그 미덕은 “꼼꼼한 드라마투르기”(<씨네21> 509호, <셔터> 리뷰)와 충실한 기본기에 있었다. <바디>는 이 두 영화를 만들어 타이의 공포영화 붐을 주도한 제작사 GTH의 최근작으로, <셔터>와 <샴>의 후예를 자처한다. 초반 5분까지는 그 말이 맞다. 프리마돈나의 고혹적인 미성이 오페라 홀에 울려퍼지는 순간, 어두운 뒷골목에는 누군가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된 자의 토막 시체가 나뒹군다. 긴장과 공포, 슬픔과 공포를 적절히 섞을 줄 알았던 GTH의 두 영화를 떠올린다면, <바디>가 아름다움과 공포의 결합을 도모할 것이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간다. 영화는 이 둘을 효과적으로 접목시키는 데 실패했다. ‘아름다운’ 인물은 ‘잔혹한’ 사건에 녹아들지 못한 채 찰나의 공포만을 선사한다. <바디>의 나머지 88분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공포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한 미모의 여교수다. 다라라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평범한 청년 촌(아락 아몬수파시리)의 꿈에 나타나 자신을 찾으라고 말한다. 촌의 꿈속에는 다라라이의 목소리와 함께 살해당한 그녀와 그 시체를 훼손하는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인다. 반복되는 악몽에 시달리던 촌은 상담을 받기 위해 정신과로 향하고, 거기서 우연히 다라라이에 대한 단서를 얻는다. 그녀는 촌의 누나가 레지던트로 일하는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였으며, 동료 교수와 불륜 관계에 있었다. 이 상황에서 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 가지다. 베일에 가려져 있는 다라라이의 과거를 추적해 그녀의 과거와 자신의 과거에 어떤 교집합이 있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실마리는 꿈의 파편이지만, 등장인물의 과거를 되짚는다는 점에서 <바디>는 <셔터>와 유사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그 과정이 치밀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다라라이의 과거가 완전히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녀의 원혼이 주변인들에게 표출하는 분노는 당황스럽다. 해부실과 장롱이라는 공포영화의 진부한 배경을 상쇄할 만한 장치로 마지막 순간의 반전을 준비해놓긴 했지만, 따져보면 ‘반전’만큼 진부한 클리셰도 없지 않은가. <바디>의 영화적 결함은 호러에 대한 수요가 두터운 타이영화계에 경종을 울린다. 몇년 전 비슷한 위기를 몸소 겪은 한국영화계와 그 위기를 목격했던 한국 관객으로서는 새로운 일도 아니지만 말이다.
Tip/ <바디>의 제작사 Gmm Tai Hub(GTH)는 4년이란 짧은 기간 동안 타이영화산업의 핵심으로 급부상한 존재다. 2004년 설립 이래 젊은 영화 인재들을 지원, 발굴하며 스스로의 역량도 발전시켜왔다. 주목할 점은 꾸준히 공포영화를 제작하며 ‘타이표 호러’의 명성을 주도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 <바디>가 더더욱 냉정히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