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37번째는 전조명 촬영감독이 기증한 시네마스코프 카메라 렌즈입니다.
<삼인의 신부>(1959, 감독 김수용)로 데뷔하여 40여년간 140여편의 작품을 촬영한 전조명은 한국영화사의 굵직한 촬영감독이다. 러시아영화를 보며 영화인의 꿈을 키웠고 서라벌예술대학을 거쳐 1957년 국방부 정훈국에서 김수용 감독을 만나면서 영화인생을 시작했다. 수묵산수를 연상시키는 과묵하고 절제된 영상미로 김수용 감독과 콤비를 이루며 <갯마을> <혈맥> <굴비> 등의 향토색 짙은 문예영화의 붐을 주도했다. 전조명 감독이 사용했던 렌즈는 1960년대에 주류를 이루었던 시네마스코프 영화 촬영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한국영화의 첫 번째 르네상스의 중심에 서 있었던 증언이기도 하다. 한국적인 토속성과 내면세계를 영상으로 표출하는 데 정평이 나 있으면서도 <영원한 제국> <김의 전쟁>에서는 정적이고 완벽한 구도 속에서 나오는 꽉 짜인 긴장감과 역동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전조명 촬영감독이 각별한 애정을 가졌던 작품인 <약속>(1998)은 특유의 단아한 영상미와 따뜻한 서정성을 잘 드러내며 전조명 촬영미학의 정형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또한 1967년 <소복>을 시작으로 13편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전조명은 전체 제작과정의 충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협력과 조화를 촬영감독의 중요한 역할로 꼽고 최종적으로 영상물을 만드는 촬영감독의 책임의식을 강조하며 많은 후배 영화인들을 양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