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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박물관 전시품 기증 릴레이 36] 하길종 감독의 유품

씨네21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5월9일 영상자료원 내에 문을 연 한국영화박물관을 위한 영화인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며 전시품 기증 캠페인을 벌입니다. 36번째는 고 하길종 감독의 미망인 전채린 씨가 기증한 하길종 감독의 유품입니다.

장발족을 단속하던 경찰관의 머리 역시 장발이라는 이유로 삭제된 장면이 있는 웃지 못할 검열 해프닝을 가진 <바보들의 행진>(1975)은 무려 30분이 잘린 채 개봉되었지만 20대 관객층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내며 15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국영화 제작이 외화 수입쿼터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던 1970년대 유신정권하의 영화산업은 말 그대로 침체기였다. 이 시기 하길종 감독이 쏘아올린 <바보들의 행진>은 현실감각을 회복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장발의 병태와 영철을 쫓던 경찰관을 향해 송창식의 <왜 불러>로 조소하고 입영열차 플랫폼에서의 키스신과 자전거를 타고 동해안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장면 등은 저항과 체념의 정서를 담고 있으면서도 경쾌한 체감온도를 잃지 않으며 청년문화를 대변했고, ‘청년영화’로 명명된 첫 영화가 되었다. 하길종 감독의 유품 중 고풍스러운 파이프 담배는 고래를 잡으러 가겠다던 영철이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라고 했던 ‘우산 달린 빨뿌리(담뱃대)’와 겹친다. 검열대본에는 대사의 느낌과 수정사항을 적어놓은 메모가 곳곳에 적혀 있다. 개인수첩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서 메모한 흔적과 함께 홍보문구를 고민한 듯 보이는 <화분>(1972)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이 담겨져 있다. “花粉-꽃가루는 한국영화의 저질의 요인이라는 지방흥행사도 고질의 상징인 영화제에서도 外面당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분명히 영화관을 나설 때 당신의 불타버린 재(灰)를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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