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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묻은 현재와 순수한 과거 <서울이 보이냐>
최하나 2008-05-07

그때가 좋았지 지수 ★★★★ 아이들의 천진함 지수 ★★★ 이야기 신선도 지수 ★★

초등학교 교사 길수(이창훈)는 여름방학 동안 반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가려 하지만 학부모들이 싫어한다는 교장의 반대에 부딪힌다. 결국 홀로 고향인 전라남도의 작은 섬 신도를 찾기로 결정한 길수는 여행길에서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1976년의 신도. 학교 선생님 은영(오수아)의 정성스런 편지에 대한 응답으로 신도분교 아이들은 서울의 과자공장에 초대된다. 섬 밖으로 나선다는 생각에 잔뜩 들뜬 아이들의 심정과 달리 부모들은 ‘먹고살기도 바쁘다’며 반대를 하고, 은영은 아이들과 함께 바지락을 캐며 여비를 마련한다. 고생 끝에 신도분교 최초의 견학이 성사되지만, 서울로 떠난 어머니를 찾겠노라 나선 길수(유승호)와 동생 영미(김유정)가 행방불명되면서 여행은 난관에 부딪힌다.

송동윤 감독의 연출 데뷔작인 <서울이 보이냐>는 시작부터 명백한 의도를 가진 작품이다. 어른이 된 길수가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는 영화의 얼개는 ‘때묻은 현재와 순수한 과거’라는 단순화된 공식으로 이어진다. 휴대폰에 고개를 처박고 교사에게 대드는 지금 서울의 아이들과 선생님의 미소 하나에 개나리처럼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그때 그 시절의 아이들, 교장의 으름장에 눌려 수학여행을 포기하는 길수와 맨손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여비를 마련하는 은영.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세우며 대비 구도를 취한 영화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떠난 어머니, 홀로 남아 술을 마시는 아버지, 천사 같은 섬마을 여선생님 등 도식화된 캐릭터들을 내세운다. 교육 영상물처럼 단조롭게 진행되는 영화가 그나마 활기를 띠는 것은 아이들을 통해서다. <선생 김봉두>의 꼬마들보다도 한참은 더 어리숙한 70년대 신도분교의 아이들은 달려오는 기차를 보고 새파랗게 질려 의자 밑으로 기어들어가고, 난생처음 보는 냉장고와 자전거에 천진한 경탄을 연발한다. 하지만 귀여운 호들갑도 잠시, 이내 길수의 ‘엄마 찾아 삼만리’가 이어지면서 <서울이 보이냐>는 앞뒤 박자가 잘 맞지 않는 애통한 분위기로 가라앉는다. 이미 촬영이 2년 전에 마무리된 영화라 지금은 훌쩍 커버린 유승호의 앳된 얼굴을 만날 수 있다. 길수의 아버지로는 <밀양> <검은 땅의 소녀와>의 조영진이, 동생으로는 <추격자>에서 미진의 딸로 나왔던 김유정이 출연했다.

TIP/<식스티 나인> <같은 달을 보고 있다>의 음악감독이자 드라마 <겨울연가>의 삽입곡 <Deep Sea>의 작곡가인 일본의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후지와라 이쿠로가 영화음악을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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