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느낄 위화감 지수 ★★★★ 체감 리얼리티 지수 ★ 남자배우 대비 여자배우의 매력지수 ★★★☆
영어 제목을 그대로 읽은 영화의 한국식 제목은 ‘가치를 매길 수 없는’이란 뜻이다. 어울리는 주어로 ‘사랑’이 제일 먼저 떠오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그럼에도 예외는 존재한다는 것이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의 일관된 주문. <아멜리에>의 깜찍한 요정 오드리 토투를 나이 든 갑부로부터 명품을 뜯어먹는 일로 연명하는 속물적인 여인 이렌느로 변신시킨 <프라이스리스>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내일을 위한 돈도 없는 이렌느가 특급 호텔의 특실에 묵으면서 온갖 명품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치장할 수 있는 비결은 두 가지다. 젊고 매력적인 그의 육체, 그리고 사랑은 돈으로 사야 한다는 늙은 남자들의 속절없는 확신이다. 얼핏 세상에서 가장 속편한 인생 같지만, 생각보다 아찔한 난관이 곳곳에 있다. 눈인사라도 나눈 모든 부자들의 이름과 연락처는 늘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아야 하고, 값비싼 선물을 받은 이상 물주가 깨어 있는 동안은 철저히 봉사해야 하며, 물주의 늙은 육체가 줄 수 없는 쾌락을 추구하고 싶거든 언제든 길바닥에 나앉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일급 호텔에서 만난 정장 차림의 남자가 호텔 직원인지 젊은 부자인지를 알아보는 안목은 그중에서도 필수사항. 성공가도를 달리던 이렌느가 삐끗하게 된 것은 그 안목이 없어서였다. 하룻밤을 함께 보낸 이렌느에게 빠져버린 성실한 호텔 직원 장(게드 엘마레)은 전 재산을 헌납하고도 이렌느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그 역시 ‘남자 꽃뱀’으로 나서야 할 처지가 된다. 장의 애정을 무참하게 무시하던 이렌느는 ‘업계 후배’에게 각종 전술을 전수하면서도 점점 그에게 끌리는 마음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노골적인 주제를 노골적으로 접근하는, 다소 뻣뻣한 로맨틱코미디 <프라이스리스>가 제공하는 의외의 재미는 이렌느와 장이 벌이는 게임 속 피해자인 갑부들의 성별에 따른 성향 차이에서 비롯된다. 이렌느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가차없이 내버리는 남자 부자들에 비하면 자신이 제공한 돈의 대가를 합리적으로 요구할 줄 아는 중년 부인 마들렌(마리 크리스틴 애덤)의 모습은 어찌나 당당하고 현실적인지. 연륜과 지혜를 겸비한 그의 섹시함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장의 헌신적인 사랑보다도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tip/ 니스, 몬테카를로 등 호화 휴양지를 거주지 삼아 300달러짜리 브래지어와 275달러짜리 팬티를 1회용 취급하는 이렌느의 거침없는 쇼핑에 일단 눈이 호강한다. 그녀가 즐겨 입는 아자로 홀터넥 드레스는 영화 의상 경매에서 46만7천파운드(한화 약 7억2천만원)에 팔렸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