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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 트랙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자동차 경주 <스피드 레이서>
김혜리 2008-05-07

오빠 달려 지수 ★★★★ 닭살 가족애 지수 ★★★★ 들을 만한 대사 지수 ★

이 영화의 주인공, 무려 이름은 스피드요 성은 레이서다. 더 일러 무삼하리오. <매트릭스2 리로디드>에서 테크놀로지가 자동차 추격신의 자극을 얼마나 높일 수 있는지 화려한 시범을 보였던 워쇼스키 형제가 기어를 한단 높였다. 고속도로를 짓고도 못 다 채운 표현의 욕망을 일본 애니메이션 양식(원작 <마하GoGoGo>)이 제공한 영감으로 확장한 결과가 <스피드 레이서>다. 외양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스피드 레이서>의 레이싱 장면은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보여준 그것과 상통한다. 두 영화 모두 핸들과 페달로 늘씬한 쇳덩이를 움직이는 감각의 생생함은 떨어지지만 속도감과 충격량은 발군이다. 차들의 경쟁이 속도 겨루기인 동시에 총을 포함한 무기가 별첨된 기계들의 ‘격투기’라는 점도 통한다.

<스피드 레이서>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에 내비게이션은 전혀 필요없다. 경주차 설계자 팝스 레이서(존 굿맨)의 아들이자 사고로 요절한 레이싱 선수 렉스의 동생인 스피드(에밀 허시)는 천부적 재능의 소유자다. 하지만 승부 조작도 불사하는 대기업 로열튼의 스카우트 제의를 스피드가 거절하자, 재벌은 언론 플레이로 레이서 집안의 독립적 레이싱 회사를 매장시키려한다. 스피드는 로열튼의 비리에 대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토코칸 모터스의 5대째 상속자 태조(비)의 제안을 받아들여 팀을 이룬다. 그리고 형을 앗아간 지옥의 코스에 도전한다. <스피드 레이서>는 아버지와 아들, 형과 동생이 밀고 끌며 위대한 유산을 상속하고, 어머니와 애인이 완벽한 내조를 제공하는 드라마다. 스피드는 심지어 형이 보유한 기록에 0.1초 일부러 뒤지는 아우의 예마저 지킨다.

장거리 비행에서 기내식 나오듯, 숨 돌릴 만 하면 한 차례씩 총 4개 트랙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경주 스펙터클이 관객에게 제공된다. 배경을 움직여 셀의 수를 줄이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법을 차용한 <스피드 레이서>에서 공간은 평면의 교차라고 부르는 편이 마땅하다. 다시 말해 숏은 투명한 셀룰로이드에 공간의 투시도를 다양한 시점으로 그리고 그것을 종횡으로 교차시키는 그림이고, 그 숏들이 다시 동서남북으로 움직이며 서로를 밀어내는 형상이 시퀀스를 이룬다. 원근법은 편의에 따라 과장 혹은 무시되고, 색채는 부끄러움을 모르며 한점 흐림없는 화면 초점은 눈 쉴 곳이 없다. 바람을 가르는 액션을 만화가 지시할 때 쓰는 배경 사선까지 등장한다. <스피드 레이서>의 쇼크와 자극은 끝없이 우리의 신경을 전율케 하지만 심리적 긴장은 먹먹한 진공에 가깝다. 촬영 외에는 폴 프랭크 브랜드 문양을 원숭이용으로 변형하는 등 재치를 발휘한 킴 바렛의 의상이 돋보인다. 에밀 허시, 비 등 젊은 배우들은 연기로 해석을 보탤 여지가 없는 드라마 속에서 감독의 원격조정을 충실히 따른다. 빛의 속도로 굴러가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마음을 두드리는 수잔 서랜던의 괴력이 인상적이다. 스피드의 동생 스프리틀과 침팬지 침침은 근래 가장 성가신 조역이다.

Tip/대기업 로열튼의 승부 조작 비리를 밝히기 위해 스피드와 태조의 팀에 가세하는 레이서 엑스는 <로스트>의 지도자 매튜 폭스가 분했으나 복면 때문 얼굴 보기가 힘들다. 태조의 양심적 동생을 연기한 배우는 2007년 베를린 금곰상 수상작 <투야의 결혼>의 주연 위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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