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이야기>의 가장 도발적이며 아름다운 재해석. <소녀, 소년을 만나다>는 영국의 캐논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하고, 한국을 비롯한 33개국이 참여하는 <세계신화총서>의 여덟 번째 작품으로, <사고>로 휘트브레드상을 수상한 스코틀랜드 작가 알리 스미스가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이피스 신화를 현대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소설이다. 소녀를 사랑한 소녀가 자신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소년으로 변신한다는 내용의 이피스 신화는 <소녀, 소년을 만나다>에서 영국의 레즈비언 커플, 앤시아와 로빈에게 투영된다. 실제 레즈비언으로 반려자인 새라 우드와 20년간 함께 살아온 알리 스미스는 성적 소수자 및 사회적 약자에 가해지는 일상적 억압들을 꼬집는 한편, 스코틀랜드 지역의 민간 신화와 설화를 접목해 신비롭고 매혹적인 사랑 이야기를 전개한다. 나, 너, 우리, 그들로 이어지는 시선의 교차는 사려 깊고, 고대 신화를 현대인의 삶속에 마찰없이 녹여내는 문체는 깊고 우아하다. 아니 적어도, 단 하나의 장면만으로도 이 책은 음미할 가치가 있다. 5페이지에 걸쳐 묘사되는 앤시아와 로빈의 섹스. 당신의 말초신경이 아닌 심장을 떨리게 할 이 장면은 유리 조각처럼 섬세하고 시적인 동시에 그저 황홀하도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