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찾아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신선한 소재를 찾아 책과 잡지, 신문에 그 어느 때보다 열렬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워너브러더스는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남자 친구들과 1년 동안 전세계를 돌아다닌 두 여성의 여행기 <더 로스트 걸스>, 자연 재해를 예언하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국 작가 리즈 젠슨의 소설 <더 랩처>의 판권을 취득했다. 또 드림웍스는 거대한 인양선으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침몰한 배를 구조하는 남자 리치 하비브에 대한 <와이어드>의 기사를, 미라맥스는 27살의 살인범과 48살의 사회복지사가 사랑에 빠져 도주길에 올랐던 실화를 추적한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를 손에 넣었으며, 유니버설은 여성들에게 젊었을 때 결혼하고 30살 이전에 이혼할 것을 독려하는 <LA위클리>의 도발적인 에세이를 획득했다. 그 밖에도 <히어로즈>의 제작자이자 작가인 팀 크링이 구상 중인 3부작 소설 <더 프래그 오브 오르페우스>는 출판 계약이 이루어지기가 무섭게 스튜디오들이 달려들어 판권 구매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갑작스레 스튜디오들의 관심이 책과 잡지에 쏟아지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100일 동안 지속됐던 미국 작가조합 파업 때문이다. 2월 중순에 파업이 막을 내렸지만, 아직 대다수의 작가들이 수면 아래서 작업 중인 가운데 스튜디오들은 시나리오의 기근에 시달리게 된 것. 최근 워너인디펜던트와 CBS필름에 각각 소설 판권 거래를 성사시킨 한 에이전트는 “1988년 작가파업이 끝난 뒤에는 시나리오가 쇄도했었다. 이번에도 스튜디오들은 같은 효과를 기대했지만, 파업의 파장이 워낙 컸던 탓에 작가들이 결과물을 쉽사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책과 잡지를 뒤지는 것 말고 무슨 선택이 남아 있겠나?”고 반문했다. 다만 마이클 크라이튼 등 일군의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각광받던 90년대 중반과 비교할 때, 최근의 경향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기사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추세다. <버라이어티>는 “기사는 실제로 일어난 흥미로운 이야기에 촘촘한 디테일을 제공하고 사회적인 트렌드도 반영하고 있어서 당분간 가장 뜨겁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