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맛은 달콤했다. 캔디를 입에 넣은 댄(히스 레저)은 그 맛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캔디’는 헤로인을 뜻하는 속어이자, 그의 연인(애비 코니시) 이름이다. 댄과 캔디가 서로에게 가진 사랑의 열정은 곧 헤로인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해사한 얼굴의 미술학도였던 캔디는 댄을 향한 사랑으로 그가 놓아주는 헤로인 주사를 기꺼이 맞는다. 영화의 첫 장면, 원심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공중에 띄워놓는 놀이기구를 탄 두 남녀는 미친 듯이 웃으며 키스한다. 아마도 헤로인을 흡입한 그들은 그렇게 천상의 맛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입 안의 달콤함이 가시기도 전에 지옥을 경험한다. 캔디는 임신을 하지만 뱃속의 아기는 약에 중독된 엄마의 몸 안에서 사산되고, 물건을 팔아 약값을 벌려던 캔디는 급기야 매춘을 하기에 이른다. 새로운 삶과 천상의 맛을 동시에 꿈꾸는 그들은 점점 더 깊은 절망의 세계로 치닫는다.
<캔디>는 소설가 루크 데이비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천상, 지상, 지옥 등 3가지 챕터로 나뉜 영화는 <트레인스포팅>과 <바스켓볼 다이어리> <레퀴엠> 등처럼 악순환의 고리를 밟은 마약중독자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마약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지만, 약에서 깨어나면 다시 현실이다. 그들은 또다시 약값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구걸을 해야 하고, 점점 더 약에 중독된다. “항상 우리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 하지만 내가 지은 죄는 쌓여만 갔다”는 댄의 내레이션처럼 멈출 수 없는 마약중독의 악순환이다. 하지만 <캔디>를 연출한 닐 암필드 감독은 대니 보일과 대런 애로노프스키가 그랬듯이 마약중독의 몽환적인 세계를 새로운 영상으로 체감케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는 ‘마약중독=사랑’이란 등식에 주목한다. 댄과 캔디의 지독한 연애담은 곧 그들의 마약중독 갱생기다. 마약중독에 빠져 사랑을 나누던 이들의 관계는 댄이 새로운 인생을 꿈꾸면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하고, 결국 마약중독에서 빠져나온 두 남녀는 헤어진다. 물론 <캔디>가 묘사하는 마약중독의 세계는 익히 여러 영화에서 보았던 마약중독자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히스 레저와 애비 코니시의 연기 또한 이미 손에 쥐어진 네비게이션을 따라가는 모습. 영화의 프로듀서인 마거릿 핑크는 처음 원작을 읽었을 당시 발랄한 뮤지컬코미디를 구상했다는데, 그녀의 생각대로 만들어졌다면 지금 히스 레저를 추억하는 관객에게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을지 모른다.